내가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북토크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별안간 다가온 메세지 시간. 시간을 너무 잡아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원래 준비해놓은 분량을 더 줄이고 줄여서 말했던 것 같다. 준비해놓은 모든 것을 빠짐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도 아니었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긴장이 약간 풀리면서 메세지에 대한 암기력과 기억력이 이미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투박하고 거칠게나마, 아주 약간은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는 느낌이었다. 완전히 해소되고 개운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 가려운 곳은 긁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메세지 시간이 끝나고 간단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현재 움직이기 수업에 대한 나의 신념,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 기억난다. 돌처럼 진실하게 내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고,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그저 진실하게 내 자신이 되는 작업 속에서 수강생분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증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책에 쓰셨던 그 때의 상황이 지금 저의 힘든 상황과 같아요. 그래서 제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올 여름 약 두달간 함께 했던 수강생 K님이 간단한 소감을 곁들인 질문을 던지셨다. 순간 나를 바라보시는 K님의 눈시울이 급히 붉어졌다. 흐트러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씀하시는 K님을 바라볼 때에 내 마음은 함께 무너지고 진동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수업때마다 단정하고 긍정적이셨던 K님이 그런 삶의 상황속에 있을 거리곤, 그런 삶의 시기속에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K님의 모습이, 그 두 눈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듯 들어왔다. 나의 작은 글이 K님께 부드럽게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랬다. 지금 이 시간 이후에 더욱 빛나고 단단해져서 나오실 K님을 떠올리고 떠올린다.
"우연히도 제가 책 속의 선생님과 같은 그런 과정과 감정들을 겪고 있어서 눈물이 올라왔나봐요... 정말 감사드려요. 선생님 말씀과 책이 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저도 멀리서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