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로 시작해서 정성으로 쓴다
- 안창호 -
도서관 정기간행물 코너에서 월간 「좋은 생각」 속에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문예대상’ 공모 안내문을 읽는 순간 가라앉아있던 기억 하나, 아직도 피식 웃음이 나는 증도 여행의 에피소드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와 부표처럼 흔들린다.
숙소를 예약할 때 홈피에 안내되어 있는 ‘해수테라피’도 함께 택했다. 예약하기 배너에서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나에게 맞는 해수찜을 선택하세요’ 칸의 선택사항에 레몬 그림과 함께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체험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 준다.”라는 효능 설명에 혹해서 앞뒤 견줄 것도 없이 바로 클릭했었다.
제날짜에 찾아간 해수찜 탕 속에서 아뿔싸! 레몬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유황석 넣으면서 아로마와 함께 탕 물에 첨가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는 그냥 머리가 멍했다. 나만 두 달간 혼자 상큼한 레몬차 맛의 상상 나래를 펼친 짝사랑을 했단 말인가.
이 레몬 사건은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사실과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선택적 프레임’이 인지적 편향성을 일으킨다는 심리 공부를 시켜 주었다.
또 발표 날,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글을 투고한 여러분의 삶이 시시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장 뒤에 있는 삶은 모두 근사했다.”라는 심사위원 심사평을 읽은 덕분에 내가 위로받았다.
그리고 매년 수천 명 이상 응모하는 생활 문예대상에 미채택 된 사실은 굉장히 크고 엄한 마음속 용기가 되어 다가왔다.
봄을 맞아 나는 수필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섰다.
수학 전공자답게 “등단 횟수와 작품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이듯 나의 태도에 “접근이 단순해야 해답도 명쾌하다.”란 참신한 아이디어를 하나 더 꿰어서...
수필이라는 장르를 더욱 깊이 이해하며 나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찾아가기 위해 수필 수업에 참여해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과제 합평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자 애써 볼 요량이다.
드디어 지성이면 감천으로 범어도서관 문화강좌에서 전문가 N 선생님을 만났다.
첫 시간에 “글은 쌀이고 글의 기본 재료는 단어이다. ‘단어 채집’을 생활화하고 언어에 마술을 부려보자.”라고 하셨다.
옳거니 기회다 싶어 온 마음 모아서 다시 도전한다.
인생 최고가 아니면 어때? 열심히 습작을 많이 하다 보면 언젠가 ‘등단’ 꼭대기에 닿겠지.
덤으로, 애쓰는 이런 모습은 손주에게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항상 외치는 내 자식 놈한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손주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와 같은 꿈을 키워 글쓰기의 매력에 빠지는 그날까지 나 자신을 정성으로 보듬어 살펴나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