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가원
MG세대 아들이 갓생, 꾸안꾸, 추구미 신조어를 나열하면서 뜻을 묻는데 난청인 듯한 아비의 멍 때림이 나를 멈추게 한다.
초등생 귀여운 손주가 수학이 제일 싫다는 폭탄선언이 나를 멈추게 한다.
꿈꾸는 책방 범어도서관 종합자료실에는 수학 잘하는 비법이 분명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나를 멈추게 한다.
수업 후 집으로 가는 길목 신호등이 점멸하는 횡단보도 위로 폐지를 리어카에 가득 실어 머리만 쬐끔 보이는 힘겨운 할머니가 나를 멈추게 한다.
아내가 정성껏 담아낸 따뜻한 저녁 밥상의 별미 소고기 뭇국 한 그릇이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멈춤 브레이크를 장착한 노화 시계를 보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살아내는 인생 이모작의 숨 고르기를 하며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