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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규 Dec 01. 2023

나의 밤


나의 밤

digital painting_2023_okgyu




대부분의 현대인이 그렇듯 나 또한 지쳤고 많이 상처받았다. 삶에 출구가 없다고 확신한 날들이 늘어났고 청춘이 지옥철 안에서 비명도 없이 찌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 견디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비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씹어 삼키던 그때 나에게 친절했던 유일한 시간이 있었다. 나의 밤이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만큼이나 나의 밤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가까웠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침잠하는 영혼과 껍데기 같은 몸이 떠올라 서로 분리되는 모습으로 밤을 맞이했다. 나의 밤에는 새로운 내가 오늘 지나온 낮보다 더 맑은 낮을 만나고 있었다. 그곳의 부엉이는 높은 곳에서 내려와 나무 그림자 사이로 숨어들었고 빛이 없는 밤하늘과 상관없는 한낮의 숲길은 햇빛을 머금은 얼굴로 허리를 펴고 있었다. 나만의 밤에서 나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아무런 가면도 필요 없는 평온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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