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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얼른 Nov 30. 2021

내가 진짜 원했었던 삶을 사는 청년이 된 것일까, 과연

손목 통증이 심해졌다.

일을 시작하기 전, 책상 위의 손목밴드를 손에 차야만 좀 낫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기지 않을까, 기사 검색도 해본다.

키보드로 두들긴 건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가 다인데, 내게 남은 건 통증이라니 서럽다.


수평적, 자율, 무제한 휴가 이런 것들의 환상이 조금씩 걷히니 남는 건 회사, 회사, 회사였다.

덜할 것도 더할 것도 없이 그냥 회사는 회사였고, 나는 회사원이었다.

성과, 성과, 성과 그 틈에서 책임을 당기고 밀어내는 사람들. 시작했다가도 무너져버리는 일들.

기대가 가득한 신입들의 눈망울에 반사된 무기력으로 가득 찬 우리들.


'이거 왜 만드는데?' 이런 고민을 던지며 손가락을 움직이면 완성되었던 건 나의 이야기였다.

여전히 무언갈 만들고 있지만, 어딘가 갇혀 일만 하는 공장 노동자처럼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찍어내리기 바쁘다.   

그래도 참고 견뎌내야지.

언제 올지 모르는 승진의 기회, 치솟는 연봉, 두둑한 보너스, 주차장에 보이는 세단과 외제차.

이런 것들의 희망 속에서 마스크 뒤로 감추는 감정들. 메신저 속에는 진심 없는 텍스트들.

지쳐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의 뒤통수에는 멘탈 부족, 능력 부족, 경험 부족을 외치는 말들 뿐이었다.

티를 안 내는 게 어느새 멋진 사회인의 능력이 되었고, 그것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나는 놀이공원에 길 잃은 아이처럼, 주위는 화려한 데 갈 곳을 잃었다.

길, 삶,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까.

숨이 턱 막히는 끝없는 일과 출퇴근길에 삼켰던 설움을 딛고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무척 필요하지만 괴롭게 하는 질문들, 그것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한다.

어느새 쌓인 독소 같은 허영심,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훨씬 더 자유롭고 싶다.

내가 진짜 원했었던 삶을 사는 청년이 된 것일까, 과연?

스윙스의 노래  가사가  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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