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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10년 정도 알고 지낸 친구가 어렵다. 그 친구를 떠올리면 '오래된'거 말고는 별다른 특별한 교류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운하다.
나는 내 속을 모두 보여줄 만큼 두터운 우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그 친구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친구가 나만큼의 두터운 우정을 느끼지 못해서 인 것 같다.
시간이 야속하다고 느껴질 때, 주위를 둘러보니 새로운 인연이 꽤 그득하다. 얼마든지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연들. 오래 지나 어렵게 만나도 서로의 행보를 궁금해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인연들이다.
허무하고 아이러니하다.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타짜>의 명대사처럼, 시간이 지나면 또 누군가가 남거나 떠나겠지.
빅뱅의 <봄여름 가을 겨울> '떠난 사람, 또 나타난 사람'이라는 짧은 구절 속 탑의 외침에서도 허무하고 덧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겁 없고 열정만 가득했던 10대와 20대에 우리는 언젠가 한층 더 성장해 서로를 끌고 당겨줄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욕심이었을지도. 각자는 각자의 인생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잘 살고 있을 테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인연도 계속 바뀐다. 떠나간 인연도, 남은 인연도, 새로 올 인연도 모두 끝이 있는 허무한 삶이지만, 그러니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때 양껏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