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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얼른 Jan 27. 2021

나는 왜 네가 싫을까? -2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비하인드 이야기)

    2년 전쯤의 일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초중생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 만들기 수업 겸 봉사를 했었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센터장님이 당부하신 말씀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초등부 저학년) 아이들은 선생님하고 친해지면 안기는 등의 스킨십을 할 수 있어요.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으니 차분히 아이들을 떼어내시고 거리를 두길 당부드립니다."


    친밀한 관계 형성이 때로는 경계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며 꽤 긴장했던 첫 만남이 기억이 난다. 다행히 나에게 안기는 아이는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나를 당황하게 하는 말이 있었다.

"선생님, 00이 좋아해요? 00이 한테만 왜 잘해줘요? 00이 잘해주지 마요."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매 순간 나는 제대로 대꾸를 하지 못했었다. '어..? 아니야'라는 말과 함께 본의 아니게 제대로 말렸었다. A는 매주 비슷한 말로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나에게 그 말을 하던 A는 나를 당황시키게 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A가 00(이하 B)을 단순히 질투해서 저런 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A는 그냥 B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B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A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도 저런 말을 계속하며 내가 주는 B의 관심을 차단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A는 다른 친구들과의 무리를 먼저 선점하여, 그들과 B의 꼬투리를 잡아 이상한 점을 지적하며 B를 무리에서 배척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소 그 집단에서 소심했던 B는 은근히 계속 혼자 있었다. 그럼에도 B는 용기를 내서 같이 놀기 위해 A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A는 밀어냈다. B가 A에게 그리고 그 집단에게 큰 피해를 주는 성격도 아니었고, A도 그 점만 아니면 크게 마음이 삐뚤어진 아이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B가 그저 만만해 보여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지었었다.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해당 지역아동센터가 있던 지역을 떠나게 되면서, 수업과 봉사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선생님들끼리 모여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나는 별다른 불만이나 개선사항은 없고, 짧은 시간 너무 많은 것을 얻고 간다는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A의 이야기를 전했다. 다행히도 그 미묘한 일과 관련해 아이들과 가까이 있는 선생님들은 알고 계셨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해온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고자 했던 첨언이 나를 놀라게 했다.


    A 원래부터 그러하진 않았고, 학년이 바뀌고부터 B 싫어하기 시작했다. A 학급반에 A 괴롭히는 아이가 있는 모양이다. A 다문화 아이다. A 이목구비가 커서 이쁜데,  아이가 그걸로 놀린다고한다. 근데 B 이름과 똑같다고 하더라. 성만 다르다. 그래서  그러는  같다.


    센터 문을 나오고 집까지 걸어오던 날,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불협이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발걸음이었다. A에 대해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결론 지은 나에게도 많은 부족함을 느꼈다. 그 후로 마음속 깊이 남은 생각이 있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행동과 마주할 때마다 저 말을 한 번씩 떠올려본다. 내 기준에서 섣불리 결론지을 수 없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때로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잘잘못을 나누려 뱉는 말들이 폭력적일 수도 있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나는 한동안 A가 직접 그리고 코팅까지 해준 동물 그림을 괜히 핸드폰 뒤에 넣고 다녔었다. 아이들은 잘 지낼까.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사이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친구들도 제대로 못 만나고 있겠지만....  그동안 A와 B는 서로 진심을 나누었기를 바란다.




나는 왜 네가 싫을까? -1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짧은 소설)

https://brunch.co.kr/@wuriurle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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