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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Oct 20. 2021

웹 플랫폼을 통해 전자책 산업의 미래를 들여다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5호 칼럼 게재 원고

안녕하세요. 콘텐츠와 콘텐츠 산업을 덕질하고 기록하는 덕질시스터즈입니다.


최근 좋은 기회가 닿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출판 전문지인 <기획회의>에 칼럼을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기획회의> 545호의 주제인 웹 플랫폼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었나에 맞추어,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유통 이슈와 IP비즈니스를 짚어보고, 이를 전자책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해 보았는데요.


아래에서 게재 원고의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웹 플랫폼과 출판계의 이슈가 더 궁금하시다면 <기획회의> 545호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웹툰·웹소설 시장과 전자책 시장의 현주소


웹툰·웹소설 시장과 전자책 시장은 모두 온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유통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대표적으로 전자책 시장의 주 이용자는 전통적인 독서 인구에 머물러 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비非 독서인을 확보하고자 가볍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자책 시장은 기존 독서 인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랫폼 간 시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자책 시장은 이용자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출판시장의 유통 구조 역시 전자책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6년,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리디’에서 도서 출판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이고자 했다가 출판·유통계의 반발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에 반해 웹툰·웹소설 시장은 국내 이용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모자라 해외 이용자 확보를 위해 북미, 유럽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슈퍼 IP 발굴 및 육성, 다양한 수익 모델 확보, 다양한 플레이어들과의 IP 비즈니스 협업 등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2013년 1500억 원에서 2020년 1조 원으로 6배 이상 성장했고,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2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6000억 원으로 30배 이상의 성장이 추정되는 등 고성장을 이루어 왔다.

 

플랫폼, 웹툰·웹소설 시장을 장악하다


전자책 시장이 전통적인 출판시장을 재매개(remediation)하고 있다면, 웹툰·웹소설 시장은 그 태생부터가 다르다. 2010년대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블로그 만화, 인터넷 소설 등은 체계적인 시스템하에 산업화·대중화되며 웹툰,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웹툰·웹소설 시장 플랫폼은 단순히 CP사(공급사; Content Provider)나 출판사에서 공급하는 대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의 니즈대로 스토리, 볼륨, 포맷 그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제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된 콘텐츠가 해외시장을 만났을 때 엄청난 시너지가 나는 부분은 이미 여러 사례가 있었다. 특히, 2020년 기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300억 원대 누적 매출을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 IP의 수익의 큰 비중은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는 2차 창작을 위한 영화, 드라마 판권 판매 외에도 1차 저작물인 원작 판매만으로도 기록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에게도 기회가 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외시장 진출의 가장 큰 이점은 할리우드, 미국 게임 마켓 등으로 IP 비즈니스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2차 창작물의 팬덤을 플랫폼으로 다시 유입시키는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 있다. 


웹툰·웹소설 IP가 주목받는 이유


웹툰·웹소설 시장의 고성장에는 웹툰·웹소설 IP만의 강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중 첫 번째는 단연코 ‘경제성’으로, 웹툰·웹소설의 경우 영화처럼 수십 명의 스태프와 장비가 필요하거나 게임만큼의 그래픽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회차 연재라는 특성으로 인해 연재 중의 유저 반응에 따라 스토리를 수정 및 확장할 수 있으며,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쟁력’이다. 현재(2021년 9월 기준) 웹툰인사이트의 지표에 따르면 전체 웹툰의 수는 총 7만 7371개, 연재 중인 웹툰(휴재, 완결 제외)은 총 3320개로 추산된다. 수천, 수만 개의 작품 중 조회수, 별점, 댓글과 같은 지표를 통해 상위권에 살아남은 작품은 독자들로부터 재미와 작품성이 검증되고 인정받은 작품이다. 또한 기존 팬덤으로 인해, 작품의 OSMU 시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세 번째는 ‘시의성’이다. 전통적인 출판시장에 비해 웹툰·웹소설은 제작된 작품이 단시간에 독자를 만나기 때문에 시대의 관심사와 욕구를 잘 포착해낸다. 작금의 이슈와 트렌드가 반영된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높은 공감과 호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오리지널 IP 발굴·육성에 열을 올리는 플랫폼


성공 가능성 있는 슈퍼 IP의 발굴이 곧 플랫폼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플랫폼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오리지널 IP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의 ‘도전만화(네이버웹툰)’ ‘챌린지리그(네이버웹소설)’와 같은 방식을 ‘CANVAS(캔버스)’라는 이름으로 해외 서비스에 적용했고,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지분 36.08%를 인수하며 웹툰·웹소설 IP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고, 국내 아마추어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스테이지’를 오픈하는 등 오리지널 IP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각 플랫폼은 큰 규모의 상금과 드라마화 등의 OSMU 같은 특전을 내걸고 공모전도 진행하며 오리지널 IP 발굴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서, 수많은 작품의 성공 데이터가 쌓이게 된 플랫폼은 유통사의 역할만이 아니라, 기획·제작 단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공할 수 있는 IP’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페이지와 영화 배급투자자 메리크리스마스가 협업하여 탄생한 ‘승리호 IP 유니버스’가 있다. 기존까지의 OSMU(One Source Multi-Use)가 단순히 흥행한 작품을 가지고 2차 저작물 활동을 시도한 것을 의미한다면, ‘승리호 IP 유니버스’는 흥행이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사전에 계획하여 시작부터 다양한 포맷으로의 확장에 접근했다. 기획 초기부터 다양한 파트너들과 세계관에 통용되는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같이 고민하며,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 확장이 가능한 이야기가 창출되도록 고려했다.


공격적인 IP 발굴·육성 사례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래디쉬’는 정식 작품을 연재하기 전에 다양한 콘셉트 테스트를 시도하고, 여러 가지 버전의 1화를 제작하여 A/B 대조 실험을 진행한다. 반응이 좋으면 10회를 파일럿으로 제작한 후, 클릭률과 같은 유저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 이후 유저의 반응이 긍정적이면 빠르게 100회∼200회를 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유입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초기 열람과 구매 전환율 등의 유저 데이터에 근거해 검증된 오리지널 IP를 발굴하고 육성해나가는 것이다.


IP 비즈니스를 위한 밸류체인 구축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100만 명이 보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확장했을 때, 국내에서만 400만 명∼500만 명까지 독자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드라마, 영화로 재창작했을 때의 확장성까지 생각해 본다면,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성공 가능성을 검증한 IP를 토대로 더욱 큰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웹툰의 경우, 탄탄한 팬덤과 인기를 검증한 웹소설 IP를 토대로 플랫폼이 CP사, 스튜디오 등과 빠르게 협업하여 제작되고 있다. 예시로는 <재혼황후> <상수리나무 아래>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스위트홈> <D.P> 등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은 이러한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IP의 2차 팬덤을 형성하여, 이들을 다시 플랫폼 유입으로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미국 법인(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기점으로 다양한 현지 영상 제작 스튜디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인기 웹툰의 미국 현지 영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 대형 플레이어들과 협업을 앞두고 있으며, 다양한 IP 확장 시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인기 웹툰 <신의 탑>은 네이버웹툰과 일본 제작사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 미국 애니메이션 기업 크런치롤과의 협업을 통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한·미·일에 동시 방영되기도 했다.


리디북스는 IP 콘텐츠 허브 자회사 ‘오렌지디’를 설립하고, 애니메이션 서비스 플랫폼 ‘라프텔’과 게임 자회사 ‘2dc’를 연계하여 리디만의 오리지널 IP를 직접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 예로 리디북스 인기 웹소설 <시멘틱 에러>를 웹툰화해 국내시장에는 리디북스, 해외시장에는 만타에 출시하여 흥행에 성공했고, 이어 ‘라프텔’을 통해 쇼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독점 오픈했다. 최근에는 웹드라마 판권을 계약해 드라마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웹 플랫폼을 통해 비추어 본 전자책 시장


웹툰·웹소설 플랫폼 유통의 핵심은 슈퍼 IP 발굴·육성과 IP 비즈니스다. 슈퍼 IP는 그 자체만으로도 플랫폼 유입을 높일뿐더러, 다양한 포맷으로도 제작되어 매출 성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 시장 역시 이 부분을 적용할 수 있다. 슈퍼 IP로 성장할 수 있는 질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유저 데이터 지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슈퍼 IP로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이다. 


최근 재능 아웃소싱 중개 플랫폼 ‘크몽’에서는 실용성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PDF 포맷의 전자책 판매의 인기가 뜨겁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 N잡러 등의 유행과 맞물려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부수입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서적으로는 정보를 얻기 어려운 주식, 커머스 등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 관심도가 높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식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는 현업 실무자 노하우를 글로 제공해 20·30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는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33가지 무료 지식』 『지금 바로 써먹는 30가지 엑셀 꿀팁』 『2년 간의 취준 노하우가 담긴 단 하나의 취뽀사전』  등의 전자책 판매 사례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노하우 분야 외에도 다양한 에세이 등의 콘텐츠가 창작되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는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이 진행될 때마다 약 4000여 개의 작품이 투고되고 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네이버 웹툰의 ‘도전만화(네이버웹툰)’ ‘챌린지리그(네이버웹소설)’의 사례처럼 질 좋은 작품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토양 조성이 급선무이다. 전자책 CP사 등은 브런치, 포스타입 등 온라인 창작 플랫폼에서 유저에게 검증된 작품을 발굴하고, 또 창작 플랫폼과 공모전 등으로 적극적인 제휴를 진행해 좋은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확보해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전자책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전자책 포맷을 갖춘 PDF 전자책 등을 계약해 전자책으로 유통하거나, 지식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 ‘폴인’ 등에서 연재된 회차 단위의 콘텐츠를 전자책 단행본으로 묶어서 출간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를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전자책 플랫폼은 초기 열람과 구매 전환율 등의 유저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전자책 출간 전후로 다양한 콘셉트 테스트, A/B 테스트 등을 진행해 유저에게 소구될 방안을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또한, 전자책 시장은 OSMU를 비롯한 작품을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하는 IP 비즈니스를 진행해 유저의 선순환적인 유입을 이끌어내볼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0 출판산업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자출판물 기반의 OSMU 매출은 “없다”의 비중이 98.5%였다. 이중 “있다”라고 대답한 대다수는 장르문학 제작 출판사였으니, 웹소설을 제외한 전자책 시장에서의 OSMU는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자책 중 소설 분야의 경우, 확장 가능성이 있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IP 비즈니스 또는 웹툰화, 애니메이션화 등의 OSMU으로도 포맷을 확대해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리디’의 자회사이기도 한 애니메이션 구독 서비스 플랫폼 ‘라프텔’에서는 올해 최은영 작가의 소설 『그 여름』(아시아)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자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대략 5500만 원의 펀딩을 달성했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웹툰과 달리 웹소설은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으로 한정된 작품 풀을 다루다 보니 웹툰화 시, 유사한 작품들이 많아 독자들의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기존 웹소설 장르의 문법과는 다른 전자책만의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활용하여 웹툰화를 비롯한 OSMU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크라우드 펀딩 등을 적극 활용해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제작 비용을 마련함과 동시에 유저 반응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책 시장의 종적, 횡적 확장을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토양 조성과 다양한 포맷으로의 확장을 위한 타 산업 플레이어들과의 활발한 제휴가 하루 빨리 필요한 시점이다.




글. 덕질시스터즈

출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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