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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Apr 18. 2024

봄길

기차여행 1화


파리는 봄빛


수은주 내려갔지만 

봄은 어느새 오르막길


오르락내리락 날씨 요동쳐도

빗방울은 싸늘함을 잃어버린 지

오래.


새벽부터

분주한 기차역

파리 베르시(Bercy)


플랫폼에 대기 중인

부르고뉴(Bourgogne) 행 열차


이리저리 짐짝처럼 흔들리며

봄꽃 만개한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갈 꿈에 부풀어있는데.


상스(Sens)를 지나자

차창 밖 세상이 환하다.


끝없이 펼쳐진

봄 들판에

유채꽃


얼마 만에 다시 겪는

봄인지

모르겠다.



비로소

설레는 맘

꽉 찬 충만함


비워져야 만이

다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


봄 들판에서

한 수고로운 영혼이

모든 걸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걸

지켜본다.



기차는

봄 푸른 구릉길을 달려

디종(Dijon)에 닿고


간이역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열차


어느 겨울날

빗속을 헤매던

거리를 떠올린다.


아무도 마중 나온 이 없고

아무도 배웅해 준 이 없던

도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이

출발 신호음에

다시 숨이 차는

열차


디종(Dijon)은

부르고뉴의 시작이고

리용(Lyon)은

부르고뉴의 끝이다.


나 내릴 곳은

어디?



쥬브레 샹베르탱

포도밭을 지나면

본느(Beaune)


포도밭에 이르면

그때는 보일까?

   

청춘의

덧없는 꿈들만

바람에 서걱이고

 

꼬뜨 도르(Côte d’Or)

허공을 향해 난

포도밭 길마다

알알이 영글던

포도알들이?



본느(Beaune)에서

기차를 탄

알제리 태생 노인네

브라질 아가씨에게

길을 묻고


샤니(Chagny)에서

기차에 오른

네 명의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주말을 보낸

표정이다.



그들을 지켜보는 사이

기차가 숨을 고르는

마콩(Mâcon)

     

봄날의

하룻밤이

유일하게 마중 나온

사온느(Sâone) 강변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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