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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Apr 19. 2024

클뤼니(Cluny)

기차여행 2화


이 작은 마을을

꿈속에서 그렸다.


봄날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고


한달음에 당도한

수도원 마을엔

적막만이 감돈다.



나는 그걸

고요라 적는다.


손때 묻은 지도책마다

천 년의

수도원 마을로 향한

길들이

실핏줄처럼 뻗어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두가 마중 나올 것 같은

수도원 안뜰에서

천국을 본다.



수도사들은

이 소박하고

이 검소하고

이 볼품없고

이 초라한

작은 정원을

천국이라 불렀다.


축성된 물탑만이

홀로 등대로 남은

수도원엔

만여 명의 수도사들의

밭은기침소리만이

허공을 맴도는 듯하고



내 이곳을 이름하여

천국의 뜨락이라 했나?


세상 사는 곳

어디나 다를 바 없지만


이 작은 고요가

무한한 우주의

한 작은 쉼터가

그들의 천국이었음을


묵상과

기도와

영성으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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