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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소재로 한 정물화

『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90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마네가 ‘꽃다발(Bouquet of flowers)’이라 이름한 휘이유(Rueil-Malmaison) 집 풍경화.



18장-3
(1882-1883)



메리 로랑은 마네의 아틀리에엘 들르는 걸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을 만큼 늘 모습을 나타냈다. 마네는 변함없이 그녀의 모습을 담은 데생이나 수채화를 선물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메리 로랑은 자신이 직접 고른 꽃다발이나 과일들을 마네에게 선물하곤 했다. 그녀의 가정부였던 엘리자 역시 매일 아틀리에에 들러 화가인 신사분께서 아무 걱정을 하지 않도록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꽃병의 물까지 갈아주었다.


마네는 힘에 부쳐 이제는 아틀리에까지 걸어갈 힘마저 없었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을 뿐 아니라 도저히 서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하루 온종일 통증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난로 앞에 앉아있다 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듯했다. 곁에 있는 모친과 아내는 그런 마네를 지켜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소파에서 이젤이 있는 곳까지 하루에도 스무 번은 족히 왔다 갔다 했다. 마네는 꽃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그리질 않았다. 마네의 무덤에 흩뿌려질 꽃들이었다. 정물화를 통하여 바야흐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882년에 마네가 집중적으로 화폭에 담은 꽃을 소재로 한 정물화들. [1]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라일락과 장미(Lilas et roses)」, 1883.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장미꽃병(Roses dans un vase de verre)」, 1883.








[1] 왼쪽부터 「흰 라일락 꽃병(Lilas blanc dans un vase de verre), 1882」, 「꽃다발(Bouquet de fleurs), 1882」, 「모란꽃화병(Bouquet de pivoines), 1882」, 「크리스털 꽃병 속의 카네이션과 참으아리 꽃(L’œillets et clématites dans un vase de cristal), 1882」, 「꽃병 속의 흰 라일락(Lilas blanc dans un vase de verre), 1882」, 「크리스털 꽃병(Fleurs dans un vase de cristal), 1882」, 「꽃병 속의 장미꽃과 라일락(Roses et tulipes dans une vase), 1882」, 「모스 로즈 장미꽃병(Moss Roses in a Vase),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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