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상처 난 잎을 바라봅니다.
어느 날 무심결에
시든 잎들을 정리하다
서툰 가위질에
잎 하나를 베었습니다.
살이 베인 상처에도
잎은 시들지 않고
하루하루를 견뎌냈습니다.
매일 바라봐도
지지 않는 잎이
대견하다 싶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뒤로도 꽤 오랜 날이 흘렀음에
여전히 푸른빛을 잃지 않는 잎이 대견하다 싶어
이리저리 조심스레 매만져 봅니다.
수맥이 잘린 잎 하나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생명 충만한 살아있음에 감사할 줄 모르는
죄인이 된 듯싶습니다.
오늘도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들어가는 생명을 바라봅니다.
해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음에
이젠 스스로 지쳐가는지
시들어만 가는 잎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것만이
해 줄 수 있는 전부인 양
잎은 어느 때인가 시들어
저 스스로 바닥에
떨어져 누울 것을
다만 그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싶다고
길었으면 좋겠다고
그저 그 단 한 마디
식물에게 말을 붙여봅니다.
상처 입은 잎 하나에도
생명이 충만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