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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Apr 26. 2021

배우는 디자이너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배움이란 끝이 없는 숙제이다. 디자인은 과학이나 기술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 분야이고, 디자이너가 만약 그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금방 뒤처져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끔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지치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좋은 자극이 되며, 더욱 디자이너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시니어 디자이너들 중에는 경험도 많고 툴을 다루는 기술도 뛰어나기에 본인의 디자인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대부분의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들도 많이 참고하기도 하고, 트렌드를 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나중에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시니어 디자이너보다 훨씬 더 좋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는 항상 비슷한 스타일의, 그리고 시대에 뒤쳐진 올드한 디자인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배움을 멈추게 될 때, 그 디자이너는 스스로 성장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기에 일을 하는 곳에는 시니어,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다 필요하다.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시니어들의 경험과 정확성, 꼼꼼함을 배우고, 시니어들은 주니어들의 배움의 대한 열정을 배우고 그들로부터 최신의 트렌드를 배울 때,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며 큰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 뉴스에서 지금은 은퇴한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진행자가 바둑 할 때 받은 스트레스를 어디서 해소하냐라고 물었을 때, 이세돌 씨는 바둑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바둑으로 푼다라고 답을 하였다. 이 대답이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역시 여전히 바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과, 두 번째는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를 준 바로 그 대상으로 해소시킨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이 대답이 나에게는 바둑이란 끝이 없는 배움이며, 그 배움으로 무언가를 얻게 됐을 때, 그 기쁨이 커다란 말로 들렸다.


좋은 디자인이란 자기 스스로 만든 디자인의 만족하지 않을 때 탄생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라도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 '이건 정말 완벽해!' 혹은 '더 잘할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1%의 아쉬움이나 혹은 다른 스타일로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남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여전히 배우려는 마음이 있을 때, 또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겼을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그 디자인을 만든 사람을 우리는 좋은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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