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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May 16. 2021

예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까?

예술에 대한 나의 고민은 예술을 전문으로 배우는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에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나는 예술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었다면, 예술을 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지금의 나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 "사람들은 예술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왜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로 바뀌었다. 이제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가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공연이나 전시회를 갈 수도 있는데,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들에게 예술의 경험이란 선택에 의해서 주어진다. 예술을 누군가의 강제에 의해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예술을 경험하고 싶어 할까? 조형예술을 감상하며, 음악을 듣고, 문학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교양을 더 쌓기 위해서일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예술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예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행복은 각 사람들마다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행복은 즐거움, 쾌락, 자유, 돈, 사랑 등등의 단어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 나는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행복은 행복인 한에서 전부 진정한 행복이지 행복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요즘과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행복을 정의할 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는 활동이다. 나에 대한 성찰, 더 나아가 삶에 대한 고민 그 자체는 사실 인간 특유의 고차원적 행복의 활동이다. 물론 이러한 사유 활동은 우리가 통상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종류의 것이기는 하다. 오죽하면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까지 나와 화제가 될 정도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행위가 행복이 아닌 고통인 것처럼 여겨졌을까. 하지만 그것은 사유하는 대상에 관한 문제이지, 사유하는 활동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아마 여행 갈 때 항상 책 한 권씩은 꼭 챙겨갈 것이다. 막상 휴가지에 가서 지금껏 책을 들여다보았던 일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 마음속에 담긴 의도다. 머리 식히려고 여행을 떠나는데 머리 아프게 책은 왜 들고 가는가? 책을 보고 무언가 생각하는 행위를 모종의 휴식이나 행복과 연관시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유 활동 안에서 분명 우리는 무언가 행복과 관련된 어떤 것을 감지하고, 또 예감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사람들이 예술을 체험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전시회에서 예술 작품을 보고, 한 편의 시나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생각의 시작이다. 예술작품의 체험 이후 내 안에서 사유 활동은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질문이 던져지고 나면, 답을 찾으려고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즐겁지 않을 수 있고 또는 들춰보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행복은 즐거움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슬픔이나 고통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생각하는 활동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기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다룬 주제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술은 예술가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 세상 그리고 삶에 대한 질문이며 혹은 답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술을 경험하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과 내 이웃들에 대해서 생각하며,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간혹 유명인들이 어떠한 예술 작품으로 인해 자기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 본인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생긴 것이다. 우리의 행복을 예술에만 기댈 수는 없다. 하지만 예술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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