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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첼리나 Mar 31. 2024

인위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예술 사진

아름다운 자연이 예술이라고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예술은 자연스러움, 현실, 실제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대 우리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내가 경험한 세상과 가장 이질적인 무언가를 보면 예술을 감상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떨까? 우리는 사진을 예술의 범주 안에서 보고 있는가? 사진은 현실의 반영이며 재현이다. 실제를 가장 완벽하게 재현하는, 어떤 존재가 거기에 "있었음"을 증명해 주는 가장 현실적인 매체이다. 사진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쟁은 사진이 회화의 역할을 대체하면서부터 활발히 있어왔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사진은 예술의 세계에서 가장 소외받는 분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이 예술임을 증명하는 방법이 있다. 현실을 왜곡하고, 실제를 있는 그대로 담지 않는 것이다. 사진의 본질을 거스를수록 예술로서 인정받는다. 물론 사진의 본질을 가장 성실하게 표현하여 사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사진작가들도 많지만, 현대사진의 거장들의 작품을 보면 더 이상 사진이 본인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예술 안에 자리매김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연출적인 사진

Picture for Women, 1979, transparency in lightbox  Jeff Wall
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 #10, 1978


위의 두 사진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연출 사진이다. 한때는 순간의 예술이었던 사진이 작가가 그 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재탄생된 것이다. 사진작가가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몇 시간이고 거리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원하는 순간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작가는 사진의 배경이 될 장소를 생각하고, 프레임 안에 세팅할 오브젝트들을 준비하고, 인물이 필요하다면 배우를 섭외해서, 이 모든 것들을 본인이 의도한 그림대로 세팅해서 사진을 찍으면 하나의 예술적인 작품이 나온다.



기하학적인 사진

Andreas Gursky, Paris, Montparnasse,1993
Bernd & Hilla Becher, Water Towers, 1970-2010

위의 두 사진은 유형학적 사진을 탄생시킨 독일의 베허부부와 그의 제자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작품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것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작품들은 사진의 본질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뭔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든다. 사진에 찍힌 오브젝트들이 의도된 구도와 독특한 촬영 기법으로 찍혔기 때문이다. 작가가 오브젝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의 시선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진을 낯선 현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위의 네 개의 사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철학적이며, 이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작가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로 예술로서 인정받는다. 그러나 사진 그 자체의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그들의 생각을 표현했다면 우리는 그 작품들을 예술로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진은 현실을 담아내는 도구이지만, 그 현실은 자연스럽게 시간에 따라 우연히 흘러가는 것이니, 작가가 어떤 것을 말하고자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 정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사진의 탄생 자체가 예술의 성격을 띠지 않았으며, 사진 안에서도 예술사진, 상업 사진, 저널리즘 사진 등 너무나도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예술로서 가치가 있다. 왜곡되거나 연출된 작품일지라도 우리는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사진 예술을 현실과 더 가깝게 실제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일지라도 우리 안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바로 예술 사진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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