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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Jun 09. 2023

우당탕탕 대만여행 15-우리나라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대만 여행 7일째, 여행 마치는 날.


열다섯 살 딸과의 일주일간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호텔에서 나와 공항버스를 타고 타오위엔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화요일이 228 기념일이라 월요일에도 쉬는 사람이 많아. 월요일에 고속도로가 막힐 거야."


버스가 고속도로에 오르자 어제 라이 선생님이 우려하신 대로 정체되기 시작했다. 버스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길 걸 그랬나?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 등에서 부분적인 정체만 있을 뿐 극심한 정체는 아니어서 늦지 않게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인천공항 입국장은 기간 동안에 더욱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멋지게 탈바꿈되어 있었다. 특히 전광판은 한국인인 내가 봐도 아주 멋져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구경을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자동 입국 심사를 마친 후 집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있자니 지난 6일간의 여행이 이미 먼 과거가 된 듯 느껴졌다.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 힘들고 짜증 났던 사건도 "그땐 그런 적도 있었지" 쯤의 그마저도 그리운 하나의 추억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이번 대만 여행 첫날의 좌충우돌도, 딸아이와의 실랑이도 벌써 '여행의 즐거웠던 추억'이 되어 있었다. 


딸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성취감,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감, 앞으로 쓸 여행기에 대한 설렘 등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한꺼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오면 그것이 '벅참'이 되는 것 같다. 


이 '벅참'을 와장창 깨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공항버스에서다. 안성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유니폼을 입은 운전기사가 다가와 나와 딸에게 목적지를 묻더니 줄의 가장 앞에 서 있으라고 안내했다. 버스가 오산-송탄-평택을 거쳐 안성에 도착하기에 가장 멀리 가는 안성 승객의 짐부터 싣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이때부터 직원의 불친절하고 툭툭 뱉는 무뚝뚝한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줄 맨 앞에 서 있던 한 외국인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을 지었다. 사정을 알 리 없었기에 새치기를 시키는 것인가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니 "나는 스리랑카에서 왔는데 한국이 처음이야. 그래서 아무것도 몰라. It's O.K"라고 대답하여 아주 가벼운 해프닝으로 별문제 없이 상황이 종료되었다.


버스가 오산과 송탄을 지나 평택역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외곽도로에서 나와 시내권에 진입하자 버스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러자 나와 간단한 대화를 했던, 한국이 처음이라던 그 외국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가 억압적인 반말로 "앉아! 앉아!"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어를 모르는 그 외국인은 미리 일어나지 말라는 뜻인지 모르고 영어로 "여기 평택 아니에요?" 하며 당황해했다. 그러자 기사가 다시 한번 영어로 "sit! sit!"이라고 했는데 어투는 강압적이었고 금방 욕이라도 할 것처럼 사나웠다. 앞자리에 있는 있던 중국 사람이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면 일어나라고 영어로 설명을 하자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완전히 선 후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리 없었기에, 정류장을 놓치면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조급했을 것이다. "여기 평택 아니에요?"라고 묻는 그의 눈동자에서 내딛는 걸음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 불안감이 무엇인지 나는 알기에 내가 당한 일인 것 마냥 가슴이 쓰렸다. 그 사람이 노동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노동자라면 한국에서 겪게 될 수많은 시련, 그가 받게 될 수많은 냉대의 시작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물론 외국인이 잘못은 했고 기사는 그를 앉게 만들어야 했지만 말투는 지나치게 사나웠고 강압적이었다. 친절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불친절만 아니어도 되는데 그걸 못하나 싶었다. '버스 회사는 왜 이런 사람을 공항버스 기사로 배치하는가?' '직원 교육은 안 시키나?' 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했는가? 물론 그 버스 기사가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적 친절은 정말 없나 생각해 볼 문제다. 군복 입은 미군이거나 백인에게도 그렇게 대했을까 싶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야. 서양 애들은 더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맞다. 나도 대만에서 겪은 그 두 네덜란드 지지배들의 행태를 잊을 수 없다(생각하니 또다시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걔들은 그래도 우리는 그러지 말자. 제발.  


일주일 대만 여행을 마친 후의 '벅참', 싹 사라졌다. 이후로 며칠간 맘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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