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는 이제 돈을 잘 쓰고 싶다
어려서부터 돈을 모아야 했기 때문에 나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매일 만 원씩 모아 55억 원을 기부한 가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작은 행동을 반복해서 일구어낸 열매였다.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과정이 대단해 보였지만 나의 현실과 비교될 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날도 운전하며 유튜브를 듣고 있었다. 마침 신부님이 변화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잠비아에 간호대학을 짓는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고 했다. 후원자?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유튜브 신부님 강연 듣고 전화했어요. 후원자를 찾는다고 하셔서요….”
전화하면서도 ‘내가 뭘 하고 있지?’ 나에게 묻고 있었다. 내 통장에는 잔액도 넉넉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꼭 후원하고 싶었다. 일종의 결심이었다. 혹여 마음이 바뀔까 간사한 내 마음을 믿을 수 없어서였다.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는 안되고 일주일 뒤에 보내드릴 수 있어요.”
정확히 일주일 뒤 나는 천만 원을 기부하고 눈물을 쏟았다. 내 삶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부끄러움이나 회한이었을까? 아니면 이제까지 잘 벼텨와 이제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 때문이었을까?
스무 살 때 시간당 6천 원을 벌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녹즙을 배달하던 그 아이는 이제 하루하루 소소히 감사하며 살아가는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제 돈맛 대신 자유와 즐거움이었으면 좋겠다. 가짜로 있는 척, 아는 척, 성공한 척 말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당당하게 펼치고 싶다. 따듯하고 편안하게 나누어주는 사람도 되고 싶다. 나의 이런 이야기가 힘이 되면 좋겠다. 특히 이 순간에도 적당히 억지로 무엇인가에 나를 밀어 넣어야 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백수 생활 5개월째 친구는 짓궂게 내게 묻는다.
“기부한 거 후회되지?”
아깝지 않냐는 말이다.
“더 일찍 해야 했는데…. 아니 너~무 후련하고 좋다.’
나는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은 내가 되기로 했으니까. 이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찾아가고 있으니까.
박본, 오늘도 행복하자. 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