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다이아몬드에 가려진 드비어스의 이면
이 글은 다이아몬드의 추락과 막시밀리안1세 와 연관된 글입니다.
드비어스(De Beers)는 어떤 회사?
드비어스는 100년 넘게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회사이다. 영국인 세실 존 로즈가 1853년 창업했다. 세실로즈는 목사의 아들이었지만 전형적인 영국의 제국주의자이자 식민주의자였던 인물로, 18살에 남아프리카공화화국으로 넘어가 형과 함께 목화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돈벌이를 찾아 헤매다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광산의 광부들에게 물 펌프를 임대하는 사업으로 시작해 소규모 광산 지분을 사들이며 사업을 확장했고, 1888년엔 드비어스 연합광산회사(De Beers Consolidated Mines)를 설립해 사실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든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하게 된다. 드비어스는 이후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의 90%를 장악하며 공급량 조절 등을 통해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의 가장 강력한 사업자로 군림했다.
다이아몬드 도매상 카르텔(CSO/DTC)
드비어스는 중앙판매조직(CSO, Central Selling Organization)이라는 일종의 도매상 카르텔도 운영했다. 드비어스는 이 판매조직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광산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공급했고 이 판매 조직에는 약 150개의 사이트홀더(sightholder, 도매상)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사이트홀더에 선정돼야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사이트홀더들에게는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는데, 할당 구매를 거부하면 영원히 사이트홀더 자격을 상실하고 구매한 다이아몬드는 지정된 절단과 연마 시설 외에서 판매를 금지하며 더불어 드비어스가 정한 가격을 준수해야 했다.
드비어스의 독과점은 왜 처벌받지 않았나?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가 크기, 색상, 순도 등이 각기 달라 표준화된 가격 책정이 어렵다는 특성을 이용해 독점이 아니라 품질 관리라는 명분으로 독과점 이슈를 피했다. 또 독과점 규제가 강한 나라에 본사나 지사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했다. 실제 드비어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글로벌)에 본사를 두고,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등 중립국을 통해 국제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2001년까지 미국에 공식지사를 두지 않은 것도 미국의 이른바 '샤먼 반독점법'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심지어 드비어스 임원들은 체포될 위험에 대비해 미국 입국도 꺼렸다고 한다.
무너지는 드비어스 신화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드비어스의 존재감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와 호주, 캐나다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 중 하나인 호주 아거일(Argyle) 등이 드비어스의 CSO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랩그로운(인공) 다이아몬드 시장의 급성장도 천연다이아몬드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창업자 세실 로즈에 대한 엇갈린 평가
드비어스의 창업자 세실 로즈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평가는 아프리카 식민지화에 앞장선 제국주의자이자 인총차별론자이다. 실제 그는 1890년에서 1896년까지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 총독을 지내기도 했는데, 현지인 학살, 고문, 약탈 등을 자행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이와 잠비아 일대를 과거에 로지디아라고 불렀는데, 세실 로즈가 자신이 설립한 영국남아프리카회사(BSAC)를 통해 이 지역을 강제점령하고 백인 이주 정책과 광산 개발을 추진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심지어 인접 트랜스발(Transvaal) 공화국 정부를 전복시킬 의도로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해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고 그래서 케이프 총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