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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Nov 08. 2022

신종자본증권은 뭐고 콜옵션은 뭐야?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이해하기

레고랜드에 이어 이번에는 흥국생명이 언론의 경제면에 오르내리고 있네요.

레고랜드에는 ABCP라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언급되더니 흥국생명 이슈에는 신종자본증권이 등장했어요.


기사 헤드라인은 '흥국생명이라는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의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 주입니다. 신종자본증권도 뭔지 잘 모르겠는데 여기에 콜옵션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암호문 같죠?


그럼 오늘은 이 암호문을 해독해 보겠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그냥 채권의 일종입니다. 신종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니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상 뭐 이런 뜻이죠. 최근 은행 등 금융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신상템 채권입니다. 


인기의 비결은 만기가 아주 길거나 없는 영구채의 성격을 가지고 있거든요. 

얼마나 좋습니까. 돈을 빌려서 평~생 이자만 주고 안 갚아도 된다니 말이죠. 

있다고 해도 30년 이렇게 길면 돈 빌릴만하죠. 

대신 상대적으로 이자는 다른 채권들에 비해 더 높습니다. 

당연하죠. 안 그럼 누가 이 채권(신종자본증권)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래도 만기가 없다는 게 찜찜하죠.

이자는 빌려 준 대가이고 원금은 돌려받긴 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활용되는 게 콜옵션입니다. 


옵션은 부가적인 계약 같은 걸 의미합니다. 옵션 뜻 그대로는 선택권이죠.

계약서에 꼭 적어야 하는 내용 외에 계약자끼리 부가적으로 맺은 계약 같은걸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우리가 부동산 계약할 때도 이런 계약들 몇 개 적어 넣잖아요.

도배는 이사하기 전에 집주인이 해준다. 전세계약의 경우엔 계약서를 쓰고 난 다음엔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은 받지 않는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옵션이죠. 


기업들이 돈을 빌리며 발행하는 채권에도 이런 부수적인 계약들이 붙습니다. 

채권에 붙는 옵션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콜옵션과 풋옵션입니다. 


콜옵션은 산다, 풋옵션은 판다는 의미

금융시장에선 사는 걸 콜, 파는 걸 풋이라고 합니다.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으니 다시 말해 사는 걸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깁니다. 

뭘 안 사냐고요? 자신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다시 사주는 걸 말합니다. 


그럼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미행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흥국생명 자신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특정일이 되면 되사 주기로 다시 말해 원금을 갚기로 한 부가 계약(옵션)을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 됩니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는 의무는 아니지만...

제가 옵션을 부가 계약 같은 거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원래 의미는 선택권이잖아요.

선택권이라는 건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거죠. 다시 말해 이 선택권을 가진 사람의 마음대로 행사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이번 흥국생명의 결정은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없는 사안이죠. 


다만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은 관례적으로 행사가 당연시돼 왔습니다. 

이유는 사실상 만기가 없다시피 한 신종자본증권의 투자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만기는 없지만 이렇게 일정 기한이 되면 콜옵션을 행사해서 조기상환을 해준다며 투자유치를 한 겁니다. 

조기상환 후에 비슷한 조건으로 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되니까요. 다시 말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은 사실상 만기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겁니다. 


채권은 부채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식

채권은 언젠간 돈을 갚아야 하는 만기가 있으니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만기가 없는 영구채의 일종인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죠.. 

그래서 많은 금융사들이 일반 금융채를 발행하면 금리 등의 조건이 훨씬 좋음에도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을 활발히 이용하는 이유인 거죠.  금융사들은 건전성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보니 부채비율 관리가 중요하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자본금을 늘리자고 무턱대고 증자를 하려 하면 대주주는 물론 기존 주주들이 지분 희석 문제가 또 걸림돌이 되거든요. 


채권시장은 신뢰가 바탕

채권시장은 빌린 돈은 꼭 갚는다는 만기와 이걸 얼마나 잘 지켰느냐 혹은 잘 지킬 것 같은가를 평가하는 신용도로 만들어진 시장이죠. 지난번 강원도의 지급보증 불이행과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는  만기를 정말 잘 지킬 것 같은 지자체(국가)와 금융사가 만기를 어긴 사건입니다. 극단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 시각에선 한국은 이제 국가가 발행한 채권도 금융사가 발행한 채권도 믿고 투자하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죠. 


당국 개입으로 흥국생명이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번복하긴 했지만 흔들려 버린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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