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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자신 Aug 14. 2021

하루에 두 번 출근합니다

두 번의 육아휴직, 그리고 두 번째 복직-다시 시작하는 워킹맘

 예상했던 대로, 두 번째 육아휴직 역시 순식간에 지나갔고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두 번째 복직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첫 번째 주말. 두 아이 모두 동시에 낮잠을 자는 이 귀한 시간, 본능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컴퓨터를 켰다. 브런치 알람은 내가 무려 120일 만에 돌아왔음을 알려준다. 120일 동안 수많은 글감을 흘려보내며 돌아와야 한다고 무던히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더랬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나니 그동안 눌러왔던 '쓰기'에 대한 갈증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다.


 내가 없는 지난 1년 3개월 동안 회사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휴직 기간에 사무실이 이전을 했고 법인이 운영하던 복지관을 반납하고 사업의 형태를 전환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 때도 이미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였기에 두 달 가까이 재택근무를 했었지만 복직을 하고 보니 재택근무 환경이 훨씬 개선되고 안정화되었다. 재택근무자들과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이 Zoom으로 함께 회의를 하는 모습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회사 인트라넷, 문서 공유 환경 등도 잘 정비되어 있어 집에서 근무를 해도 불편함이 크게 없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조용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니 업무 효율성이 더 올라가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도 있다. 당장 내가 맡은 사업은 함께 일할 협력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지역의 각 기관들을 방문하고 조사하는 일이 시급한데, 내가 속한 지역도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어 타 기관들을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근 첫 3일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사무실로 직접 출근했고, 나머지 2일은 재택근무를 했다. 아무래도 집에서만 생활을 하다가 지하철로 출퇴근(눈치작전에 실패하면 왕복 2시간을 서서 가야한다.)하고, 인수인계받으며 한꺼번에 많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과부하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되는 중요한 사실,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다시 출근하며 육아의 전선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다행히 이틀은 재택근무를 한 덕에 3일간 방전되었던 체력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고 든든한 나의 육아동지, 내편님과 함께 으쌰으쌰 하다 보니 폭풍 같은 한 주가 지나고 이렇게 평화로운(?) 주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밀린 늦잠도 자고, 배달 음식 시켜 먹으며 빈둥 거리고 싶은 토요일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큰 과업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아이들을 위한 베터파크 개장! 사실 지난 주말 전에 도착하기로 했던 풀장이 늦게 배송되는 바람에 뒤늦은 물놀이가 되긴 했지만, 아침부터 남편이 열심히 고생한 덕분에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아침에는 블록놀이로 시간을 벌고 내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 물놀이를 준비했다. 아이들 모두 점심까지 무사히 먹은 다음 오후에 한 시간 정도 짧고 굵게 물놀이를 했더니, 그 덕분에 주말에 안 자기로 유명한 첫째가 방에 누운 지 5분 만에 잠이 들었다. 둘째도 마찬가지! 남편과 나의 협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복직 전에 남편과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첫째 때 똑같은 과정을 이미 한 번 겪었지만 그때와는 달라진 환경, 그리고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만큼 많은 고민과 계획들이 필요했다. 막상 복직 전에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부딪히고 보니 그간 우리가 해온 고민들이 헛수고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호흡을 맞춰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뭐, 설사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 감이 가장 중요한 일일 테고 말이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아침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저녁에는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의 삶이지만, 함께하는 동료들 그리고 육아동지가 있기에 외롭지만은 않다. 물론 아직 새로운 듀얼모드의 삶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딱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을 즐기면서 다음에 닥쳐올 새로운 파도를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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