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뭐가 보이네요."
믿기지 않았다.
오히려 1년 전 처음 뇌종양이란 걸 알았을 때보다 더.
재발이라는 단어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100퍼센트 가까이 완치되었다고 믿어온 기대가 저 멀리 밀려난 순간이다. 교수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눈치다. 17시간의 긴 수술 끝에 깨끗하게 제거했던 종양이 다시 생기다니.
"이런 경우가 많나요?"
아주 드물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에서야 경우의 수를 따져본들 무엇하랴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기검진 받고 얼른 내려갈 생각만 했었던 나에게 무슨 설명이든 필요했다. 그 드문 경우가 지금 나에게는 일어난 일이 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10명 중의 1명이 꼭 내가 아니란 법은 없지 않은가.
재발 이야기를 듣자마자 떠오른 건 두 아이의 얼굴. 내가 다시 싸워야 할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 아이들에게는 또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나.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교수님은 "울지 마세요, 90프로는 치료할 수 있어요."라고 한다. 낮은 가능성을 뚫고 재발한 종양이지만, 이제는 다시 높은 치료 가능성에 기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 감사해야 하겠지.
아예, 다시는 날 찾지 않아줬으면 했던 손님이 예기치 않은 순간 불쑥 날아들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지인은 "병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쎄, 병이라는 것이 진짜 정신력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낫기 힘든 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 아니면 질병으로 결국 돌아가신 분들은 모두 정신력이 약하다는 것인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고, 그것을 부정한다 해서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받아들여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방사선 치료는 한 달 정도 뒤에 잡혔다. 수술 이후 방사선 치료가 필요 없어서 1년 동안 검사만 받다가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직 종양의 크기가 작고 성장 속도가 느려서 별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치료를 기다리며 때로는 불청객의 존재를 잊은 채, 또 때로는 별안간 떠오르는 불안감에 마주한 채 일상을 살아가겠지. 영영 잊은 채 지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불안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이 시간을 보내려 한다. 여전히 살아갈 삶이 남아 있음에, 그 삶 자체를 감사하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