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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Feb 21. 2021

말하기가 쉬운 가요? _ 진심과 배려를 담은 말

싱어게인의 사회자 이승기


사람들에게 '말하기'와 '글쓰기' 중 무엇이 더 쉽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말하기'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앞에 나와서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1대 1로 말할 수는 있지만 남 앞에 서서 말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똑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뭐가 다른 걸까? 다른 건 단 하나...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한다는 게 다르다. 즉, 남들 앞에서 보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거다. 결국 평가를 당할 수밖에 없고, 청자의 입장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여긴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건 남들 앞에 내 글이 보이기 때문이다.  보여진 그 글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잘 쓰고 싶어서 어렵게 느끼는 거다. 결국 같다. 말하기도 글쓰기도 남들 앞에서 보인다고 생각하면 둘 다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사실은 누구나 해답을 알고 있다. 연습 밖에는 없다. 즉, 매일 하면 된다. 글쓰기도 잘하려면 매일 끊임없이 써야 하고, 말하기도 잘하고 싶으면 매일 연습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괜히 생긴말이 아니다. 그렇게 몸에 체득이 되면 어느새 그 분야의 전문가, 장인이 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난 직업상 말하는 것이 익숙하다. 직업이니까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고민하고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훈련이 되었고 그 경험이 쌓여서 남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몸에 체득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고, 교회를 다니면서 소그룹 리더를 맡으며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을 배웠으며, 반장 등을 하다 보니 발표, 사회 보기 등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직업을 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남 앞에 서서 말하는 것, 사회 보는 것, 이런 걸 중·고등학교 시절 배우진 않는다. 만약 전공을 그런 계통으로 선택한다면 대학에서는 배울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아나운서나 사회자로 교육받은 사람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곤 한다. 뉴스는 당연한 거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그렇다. 물론,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어느새 진행자로 더 인식이 되는 방송인도 있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 예능프로그램 안에서 한 축을 담당하므로 온전히 사회자라고는 볼 수 없으니 예외로 두도록 하자. 이런 경우 말고 온전히 사회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즉, 복면가왕이나 미스터 트롯의 김성주, 팬텀싱어의 전현무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나운서나 프로 진행자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배우나 가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면, tvn 더블 캐스팅의 신성록, Jtbc 싱어게인의 이승기.


사실, 사회자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 출연자와의 인터뷰, 곡목 등의 소개와 해설 등을 맡는 사람을 사회자 혹은 MC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자의 역할은 어느 정도 기준이 요구되며, 공통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매력적인 개성의 소유자여야 하며 출연자들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둘째, 출연자의 대답이 어느 시점에서 적절한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항상 시청자의 관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셋째, 엉뚱한 대답, 출연자의 무대공포 등도 능숙히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출연자의 국적, 인종, 개인적 성격 등에 대해 항상 객관적이며, 모든 출연자에게 공정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건을 살펴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기준이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사회를 볼 수 있을까? 모든 배우나 가수가 사회를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에 적합하지도 않다. 그래서 시도된 두 프로그램.... 더블 캐스팅과 싱어게인^^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사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겪고 싶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이 아닐까? 그런 그들과 공감하며 그들의 장점을 이끌어내 줄 수 있는 사회자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심사위원과는 다른 참가자의 편(?) 그런 MC를 추구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한 제작진의 고심. 참가자 그리고 시청자를 향한 공감(!)을 위해 고심한 제작진을 응원한다.


더블캐스팅이 시작이었다면, 절정에 이르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프로그램은 싱어게인이다. 이승기 님을 선택한 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이번에 이승기 님의 나이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16·17년의 경력이라고 해서 벌써? 하면서 봤더니... 세상에 벌써 만 34세? 와우... 당연히 20대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연예계에서 그 긴 시간 동안 아마 여러 순간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순간들의 단면을 보여준 말이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 중 37호 가수님을 칭찬하면서 했던 말.


"어릴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연예인은 마치 착실한 게 손해인 것 같은, 끼를 발산하는 것에 있어서 방해를 받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제가 16년, 17년 연예인을 하면서 성실도 끼가 될 수 있다는 걸 꼭 증명해주고 싶었거든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승기 님을 보면서 어릴 때 이미 스타는 되었지만, 모범생인 이미지로 연예인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한편, 회장이나 반장을 했던 경험이 프로그램의 MC로서 빛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인생의 모든 순간이나 경험이 헛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우린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보는 방식 등을 배우지는 않지만, 반장, 학생 회장 등 리더 역할을 하면 어쩔 수 없이 회의 등을 주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떻게 사회를 봐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반대의견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기 위해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터득하게 된다. 흥분하기 쉽고 상처 받기 쉬운 십 대 시절, 그들이 상처 받지 않게 하면서 의견을 정리하고 다시 안건으로 유도하는 등에 대한 걸 경험으로 배운다. 아마,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들이 저도 모르게 MC를 보면서 나왔을 것이다. 

물론, 현직 가수로서 싱어 게인에 나온 많은 가수들을 음악을 사랑하는 동료로서 여기고 공감하는 마음과

원래 갖고 있는 성실함과 진실됨이 참가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과 배려를 하게 한 면도 분명 있다!


솔직히 내가 놀랐던 부분은, 싱어게인 명명식을 할 때 플래카드를 직접 만들고 응원하고 했다는 것이었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절한 문구를 생각해서 플래카드를 만들고 응원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제작진이 요청을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그 어려운 일을 했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배려하며 위트 있는 사회자(MC)와 참가자들을 동료 가수라고 생각하면서 예쁜 말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심사위원과 독특하고 천재적인 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성공하지 않았을까?




악플, 혐오, 왕따, 폭력 등 어느새 반사회적인 문화가 가득 차 있는 오늘날...

상대방을 배려하고 장점을 보려고 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려고 하는 사람과 방송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너무 확대 해석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방송의 영향력은 크다.

상대방을 망신 주고 당황하게 하면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보다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배려하고 윈윈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다면 조금씩이라도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갈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깐족거리거나 긴장감을 주는 MC도 분명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는 한다.)



요즘은 덕질도 기부를 하거나 선플을 다는 등 본인이 응원하는 스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팬들이 노력을 한다. 그런 팬들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그런 팬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연예인의 말이나 태도로 팬들이 더 기쁨을 얻고 그래서 더 노력한다. 외국의 경우는 이런 팬클럽들이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선하고자 하는 작은 변화가 조금씩 많아진다면 큰 변화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난 아직도 믿는다. 그래서 이런 모든 변화들을 응원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이왕이면 예쁜 말을 했으면 싶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좀 더 많아지길 원한다. 그래서 제작진도 MC도 좀 더 고민해준다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이승기 님의 사회에 빠져버린 것 같다. 이승기 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한다는 건 나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런 즐거운 착각을 하며 오늘도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을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예쁜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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