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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Dec 15. 2021

Calm and Christmas OST

나 홀로 집에




"헬로우 월클! 메리 크리스마스"



"나 홀로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볼까요?"



어느덧 크리스마스 시즌이 됐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체 쳇바퀴 같은 일상을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또 이렇게 연말이 다가왔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불안이 크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수확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하면 캐럴이 울려 퍼지는 밤거리,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파티, 사람들과 모여 풍성하게 먹고 마시는 시간을 떠올렸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바깥은 소란하고 침대 밖은 위험하니까요. 


올해는 성대한 파티 대신 단출하고 소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소중한 사람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홀로 조용히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해볼 수도 있겠죠. 따뜻하고 포근한 담요를 두르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긴 겨울밤을 보내는 건 어때요? 눈과 귀를 자극하던 미디어를 모두 끄고 그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따뜻한 차나 좋은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 좋겠죠.


오늘의 플레이오스트는 차분하고 느슨한 분위기의 곡들로 크리스마스 감성을 채워볼까 해요. 첫 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입니다. 플루트의 느릿한 선율로 시작하는 2악장은 낭만적인 분위기와 함께 별처럼 반짝이는 피아노 선율을 들려줍니다. 비르투오소적인 화려한 테크닉과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1악장과 3악장 사이에 있어서인지 2악장은 유독 더 조밀하고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다음은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에요. 온기 넘치는 이 곡은 고전적인 형식미를 자랑하지만, 화사한 장식음들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선율의 첼로가 다양하게 채색하는 변주들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이어지는 곡은 '천상의 삶'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4번의 3악장, 그리고 4악장입니다. 3악장은 평온한 정경을 그려내지만, 한편 곳곳에선 지상의 삶에 대한 탄식조의 음악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평온과 탄식의 교대.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4악장에서 펼쳐지는 '천상의 삶'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동명의 가곡 '천상의 삶'이 등장하기도 하는 이 4악장은 고통도 불행도 없는, 기쁨과 환희로 가득한 천국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4악장을 듣다 보면 어느새 그 아름다움에 취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반짝여 보일 거예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당신이 꿈꿔왔던 크리스마스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어디에 있든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어떠한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한 당신에게도, 선물을 나눌 애인이 없는 당신에게도, 누군가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곳에서 꿋꿋이 일하고 있을 당신에게도 말이에요. 차분하고 따스한 온기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품어주는 이 음악들과 함께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길 바라며... 사랑을 담아, 메리 크리스마스! 


PLAYLIST


차이콥스키 -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피아노: 노예진, 지휘: 김광현, 연주: 코리안심포니) 

차이콥스키 -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첼로: 요나단 루제만, 지휘: 제임스 터글,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제4번 3악장 (지휘: 바실리스 크리스토풀로스,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제4번 4악장 (소프라노: 이명주, 지휘: 바실리스 크리스토풀로스,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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