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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Nov 17. 2021

Melancholia OST

이 또한 지나가리라




"헬로우 월클! 나 지금 멜랑콜리해~"




"연락처에서 멜랑콜리를 찾지 못했어요. 누구에게 전화할까요?"


찬 바람과 함께 날아들어 온 울적한 마음.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간다는 사실이 주는 약간의 상실감. 훌쩍 다가온 겨울 때문일까요. 막연한 낙관보다는 어쩐지 우수에 잠긴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 멜랑콜리한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내면을 파고들며 깊은 감정 속에 잠겼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이 있고, 우리는 그 사색의 시간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작곡가들 또한 늘 음악의 기쁨과 환희에 넘쳐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밝고 유쾌한 감정뿐 아니라 쓸쓸함, 고독함, 울적한 마음, 복잡미묘한 감정까지 음악을 통해 아주 세심히 그려냈죠. 작곡가 멘델스존은 언어의 성긴 그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음악의 섬세함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한줄기 음악이 나타내는 감정이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들어 작곡가들이 가졌던 어떤 감각적인 상태에 동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 멜랑콜리하고 복잡다단한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를 때, 음악은 그 누구보다 우리를 정확한 언어로 위로해줍니다. 오늘의 플레이오스트는 그런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음악들입니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입니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쓴 동명의 가곡을 재구성한 것으로,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듯한 슬픈 심상을 담고 있습니다. 가곡의 테마를 변주곡 형식으로 풀어낸 이 곡은 마침내 음악의 흐름이 평온한 고요에 이르기까지 슬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체념, 조금의 낙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의 1악장과 2악장입니다. 모차르트는 유쾌하고 기쁨이 가득한 음악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남겼고 그의 음악도 대체로 '장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드물게 깊은 비애를 찾을 수 있는 곡이 바로 이 40번 교향곡입니다. 고요하면서도 강렬하고, 낭만적이면서 격정적인 이 곡은 당시 힘들었던 모차르트의 상황과 감정을 잘 그려냅니다. 이어지는 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에요. 비극의 한복판에서 시작하는 이 곡엔 빠르게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가득합니다. 말 없는 기악곡이지만, 마치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강렬한 표현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듣다 보면 깊은 슬픔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곡으로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2악장과 3악장을 준비했어요. 브람스는 감정을 매순간 분출하는 작곡가라기 보다는 내면에서 깊게 숙고하는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은 심해를 맴돌다가도 어느 순간엔 누적된 감정을 바탕으로 근사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죠. 지금 우리가 조금은 쓸쓸하고 복잡미묘한 감정 속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지금 이 우울함이 당장 나를 집어삼킬 것 같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영화 <멜랑콜리아> 속에서 종말을 가져올 것만 같던 행성 '멜랑콜리아'가 유유히 지구를 지나쳐 간 것처럼, 추운 계절이 끝나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우린 이 쓸쓸한 시간을 딛고 다시 찬란한 순간을 만들어내면 되니까요. 


PLAYLIST


슈베르트 -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2악장(바이올린: 차민정, 김정, 비올라: 김나영, 첼로: 최혜인) 

모차르트 - 교향곡 40번 1악장(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  

모차르트 - 교향곡 40번 2악장(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바이올린: 임지영, 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단조 2악장 (지휘: 정치용, 피아노: 이진상, 연주: 코리안심포니)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단조 3악장 (지휘: 정치용, 피아노: 이진상,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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