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걸을 수 있으니까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도, 가까워지는 것도 전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난 이십몇 년간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연인이든 친구든 말이다.
그래서 진정 친해지고픈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나에게 진심을 다 준 누군가를 밀어내는 게 얼마나 미안하고 못할 짓인지 모르고 살았나 보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요즘, 인간관계에 대한 예의의 기본이 내게 있었나 돌아본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의 생각은 충동적 용기를 심어 새로운 줄기를 마구 뻗게 했지만, 깨끗이 화분을 비워내는 법이라곤 길가에 모래성 만들 듯 화분째로 엎어버리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나다. 조심히 두 손에 흙 묻혀가며 다른 곳에 심어줄 줄 알아야 했는데.
손톱 밑에,
옷깃에,
발끝에 묻은 흙을
천천히 발견하고
털어낼 시간도
필요했는데.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깨진 화분 안에서 갇히게 해 미안. 지금의 나를 만든 지난날을 꾸짖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묵직한 솜이 되어 같은 자리에 머물러 볼 필요도 있겠다 싶다.
남은 올해 목표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안부 연락 건네기. 물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야 하지만 나는 뒤돌아 걸을 수 있으니까. 되면 좋고, 아님 다시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