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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Dec 27. 2021

아픈 발가락

검파랗게 물들었던 그때처럼

요즘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본다. 5년의 연애를 일방적으로 끝낸 연수의 마음은 웅이에 대한 열등감으로 차있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버티던 , 치열하고 절박히 사는  취향이 아니라 말할  있는 .

빨리 취업하고  버는  목표인 , 낮에는 그늘 아래 밤에는 등불 아래 누워있을  있는 .

할머니 병원비 생각에 답답해진 ,

같이 먹을 점심을 고민하는 .


그럴 수 있다.

타고난 여유로운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쫓기듯 살아갈  있고, 욕심내며 달려가는  기쁨일  있다.

그렇지만 연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처음부터 길은 정해져 있었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내가 미워지고 못나 보이는 기분을 웅이는 알까.


눈물이 났다. 연수의 모습이 예전의  같아서. 친구들에게 열등감 느끼는 나를 스스로 감추려고 나의 잣대에서 남들을 한심하게 취급했던 못난 마음이 기억났다. 집을 벗어나면 현실을 잊고 평범해진 삶을 사는 것만 같았다. 방학이면 다시 평범한 척하기 위해 절박하게 돈을 모았고, 나에게는 학업을 이어가는  과분한 일인가 고민하고, 경제적 이유로 친구를 멀리하고, 내게  벌리는 엄마한테서  인생을 지켜내고. 나았던 손가락이 다시 욱신거린다.


혼자 있는 자취방.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공기 속에도 차가운 발끝이 시큰하다.  시절 두터운 양말 속에서 차갑게 굳었던, 검파랗게 물들었던 발가락을 꼼지락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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