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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Dec 29. 2022

웰컴 투 고기부대

어서 와, 삼겹살 지옥은 처음이지?



축산의 3대 대목, 명절 여름휴가 그리고 크리스마스.

각각의 잘 팔리는 고기는 다르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겹살의 민족 아니겠습니꽈.


삼겹살은 '디폴트'인 것.


축산에서 여사님의 역할은 작업된 고기를 포장하고 진열하는 것이다. 처음 삼겹살 부대를 만났을 때의 당혹감이란, 절로 도리도리 뒷걸음질이 쳐졌다. 이게 진짜   없다며 부정해봤자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부대의 매운맛을 보고 나선 삼겹살은 입에 대기도 싫었다.... 뻥이겠지만  정도로 데었다는 마음을 알아주십사. 추석 여름휴가철을 겪어 , 이제 나는 베테랑.  '드루와드루와' 외치며(속으로), 척척 해치우는 '말년 병장 축산 여사님'이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삼겹살을 좋아할까. 나도 '국뽕'으로 가득 찬 한국인이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저 아이들을 포장하다 시큰해진 손목과 삼겹살을 위해 희생된 돼지들을 생각하니 투덜투덜 딴마음이 들기도 한다.(나님도 많이 잡수시면서) 대체 삼겹살의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유래가 어찌 되었든 현재까지도 많이 찾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아닌가.


음식이란 게 환상의 짝꿍을 만나면 본연의 맛을 뛰어넘는 '신내림'을 받는다. 짜파게티와 파김치, 라면과 김밥, 골뱅이와 치킨, 흰밥에 스팸, 불닭&치즈, 참치&마요네즈, 김치찌개&계란말이, 카레&총각무, 케이크&커피, 딸기&생크림, 에이스&믹스커피.(나대지 마라 식탐아)  친화력 좋은 우리 겹살이는 콜라보하기 좋은 녀석인 거다. 어딜 갖다 놔도 어색해하는 법이 없다. 김치, 쌈채소, 파채, 무쌈, 콩나물, 미나리, 양파, 마늘, 무쌈, 비빔면, 냉면, 그 어떤 소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거 아는가. 삼겹살을 케찹에 찍어먹으면 핫도그맛이 난다는 걸.(어디서 우웩 하는 소리가) 삼겹살은 반찬 많은 한국인의 밥상에,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다.



(출처:픽사베이)





진열해 놓기가 무섭게 항상 제일 많이 팔리는 삼겹살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조금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날은 고기  썰어줘야   같고 크리스마스 홈파티 인증샷도 남겨야 한다. '간지뽀짝'나게   차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근사하게 차려내는 것인지, 근사하게 차렸으니 사진을 찍는 것인지, 그것은 '닭이 먼저냐 댤걀이 먼저냐' 만큼 난해한 문제다. 어쨌든 마트는, 그걸 준비하는 자들을 벼르고 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메인 음식이 무엇인가. 스테이크 아니겠는가.(케이크일까) 이게 또 큰 산이다. 돼지고기나 구이용 소고기들은 기계로 썰어내 바로바로 상품이 비지 않게 제공할 수 있으나(한우와 일부 부위 제외), 스테이크는 더 정교하게 모양을 잡고 손으로 썰어내야 하므로 작업시간이 길다. 평소에는 소량만 준비하면 되기에 문제없이 진행되지만 크리스마스는 얘기가 다르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쳐내야 하니 까딱하다간 (전문용어로) 빵꾸가 난다. 손님 붐비는 시간에, 핫템이 빵꾸라.

오마이가뜨, 불호령 각이다.





별 탈 없이 크리스마스를 넘겼다. 호되게 바쁜 날을 지내고 나니 전투력이 상승했다. 다음은 새해맞이 떡국이다. 국거리 부대를 맞이할 때가 온 것이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예상할 순 있다. 질문폭탄이 떨어지리라는 걸. 평소 진열하다가도 한참을 붙잡혀 본진에 돌아가기 힘들 때가 있었다. "국거리는 어딨 나요, 어떤 게 국거리인가요, 국거리로 뭐가 좋을까요, 사태 양지 중 뭐가 나을까요, 이걸로 국물내면 안 되나요, 좋은 거 골라 주세요, 찾아 주세요."

이것은 절호의 기회. 아줌마가   어언 14. 넉살이 흘러넘쳐 주책이  때도 있지만, 주부마음은 주부가 안다 하지 않았나. 기깔나는 국물을   있게 축산여사의 모든 정보를 털어주리라. 응대의 끝을 보여주겠다.


"마음 열고 다가 오십쇼. 남편 흉도 같이 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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