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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an 28. 2021

표현을 잘하는 사람도 표현이 어색할 때가 있다.

표현이 서툰 순간

나는 남들에 비해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리액션이 크다. 지금껏 표현하는 거 하나라면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이런 나도 표현이 어색한 순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고마움을 느낄 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선물을 받았을 때였다.


학교 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까지 하면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는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된다. 어렸을 땐 생일 당일에 안 만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꼭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이젠 생일 즈음에만 만나도 선방(?)한 거다. 친구들이 차지했던 공간 그 이상을 나의 가족과 함께하니 아쉬울 것도 없지만, 축하 인사말 조차 없이 지나갈 때의 서글픔은 어쩔 수 없다.


'각자의 생활에 바빠 정신이 없었을 거야.'

까먹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도 까먹고 지나갈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서운해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서운한 감정을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는 없다.


'내 생일은 나에게만 특별한 날이잖아.'

평소에도 연락하는 게 쉽지 않은데, 생일에라'도' 연락 한번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하다못해 카톡에 생일이라고 일주일 전부터 떠있었을 텐데. 내가 원하지 않아도 생일이 되면 '생일인 친구예요!'라고 알려주는 카톡이 괜히 원망스러워졌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가 어색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생일은 조금 달랐다.


생일이 지난 이틀 후, 친구 두 명을 만났다. 예전 같았으면 어쨌든 생일 즈음에 만났으니 선물을 기대했을 텐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받게 되었다. 고깔모자를 쓰고 노래까지 불러줬다.


너무 고마웠다. 선물을 받으면 안 될 사람이 받은 것처럼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도 들면서 또 고마우면서 또 민망하면서 또 감동이었다. 연신 고마워를 내뱉었지만,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기대하지 않은ㅡ 이란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축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한 미소와 행동이 내 몸을 지배했다. 내가 느끼는 고마움의 정도 그 이상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어려웠다.


아, 표현을 잘한다고 자부했던 나도 표현이 어색한 순간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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