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게 되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졌다.
석 달 전쯤인가, 서점에 갔다가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이 눈에 띄었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이 나왔을 때, '재밌겠다! 꼭 읽어야지' 하고 적어놨다가 바쁜 일상에 치여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꺼웠던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쉬울 만큼 재밌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엄마는 결혼 33년 만에 처음으로 설 연휴에 시댁에 가지 않고 제주도로 떠났다. 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 책을 한 손에 끼고.
설 연휴가 지나고 돌아온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제주도 어땠어? 재밌었어?'
'응. 근데 미셸 비커밍 책 너무 재밌었어. 이건 모든 부부가 읽어보면 너무 좋을 거 같아. 필독서야 필독서-'
실제로 나도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 하나로 맞춰나가는 모습이 미국 대통령 부부라고 해서 여느 커플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한번 해보라고 말해주는 사람, 걱정은 지우고 행복할 것 같은 방향으로 가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버락뿐이었다.
그는 내게 미지의 세계로 도약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사람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고 해서 꼭 죽는다는 법은 없으니까.
걱정 마, 우리는 할 수 있어. 어떻게든 해낼 거야. 이것이 버락의 생각이었다.
(미셸 오바마 비커밍 일부)
어렸을 땐 엄마 아빠가 매일 출근길 뽀뽀를 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이 그랬으며 당연하게 느껴졌다.
내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보니 이 모습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이들 또한 무던히 서로에 맞춰가며 살아온 세월이 축적되며 관계 또한 성장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나 또한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삶을 꾸린다는 건 생각 외로 많은 노력, 인내, 이해, 헌신 등을 필요로 한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허나 나는 결혼을 통해 이전의 삶에선 경험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만들어 갈 것을 잘 알기에 이런 부수적인 노력들은 전혀 어렵지 않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해결책? 미국 대통령 부부도 서울 북한산 자락 동네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에게도 답은 하나였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문제가 무엇이든 어떻게든 적응하기 마련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기반으로 서로가 계속 함께할 생각이라면 달리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