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밀리 디자이너 이세실 프로 인터뷰 1편
슬로우밀리 이세실 브랜드 디자이너 첫 번째 이야기
거주자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집
이세실 디자이너 | 슬로우밀리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딩으로 시장을 바꿔보고 싶은 디자이너. 웹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한 오프라인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넘나든 6년 차 디자이너이다. 국내 최대 규모 크라우드 펀딩 회사에서 W9, 마스터 그룹 등 신규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슬로우밀리에 합류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를 통해 고착화된 중소형 주택 시장을 혁신하는 중이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는 열 모델 안 부럽다지만, 잘 키운 브랜드 하나 없는 시장이 바로 빌라 시장이다. 브랜드 아파트는 넘쳐남에도 빌라 시장에는 대중화된 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빌라 시장은 레드오션일지 몰라도 빌라 브랜드 측면에서는 블루오션일지 모른다. 어쩌면 잘 키운 빌라 브랜드 하나가 이 시장을 바꿔놓을지도.
빌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테라랩스는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슬로우밀리' 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밀레니얼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이 브랜드는 빌라 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주얼 퀄리티로 단연 압도적이다. 사실 비주얼 퀄리티는 기본, '슬로우밀리'의 브랜딩을 리딩하고 있는 이세실 디자이너는 브랜딩을 통해 거주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게 목표이다. 지금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6년 차 디자이너라고 들었는데 그동안 커리어가 궁금해요.
첫 커리어는 일본에 본사가 있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프라인 쪽 커리어를 확대하기 위해 제조회사에 입사해 제품 디자인외 제품을 구성하는 모든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어요. 패키지 디자인, 모바일웹 디자인, 그리고 세계적으로 배포되는 매뉴얼까지 관리했었죠. 본격적으로 브랜드 디자인을 하기 시작한 건 세 번째 직장인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데요, 온 오프라인 구분 없이 회사를 알리는데 필요한 모든 디자인 작업과, 신규 브랜드 론칭까지 하면서 브랜드 디자인의 전반을 경험했습니다.
풀스택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네요! 워낙 다양한 분야를 거치셔서 기억에 남는 작업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첫 회사와 제조 회사에서는 많이 배웠어요. 디자이너로서 기초를 다진 거죠. 크라우드 펀딩 회사에서는 브랜딩과 UX, UI를 고려한 온라인 쪽 디자인을 주로 했었는데 그동안 쌓은 기초를 기반으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W9, 마스터 그룹이라는 신규 브랜드 출시 작업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W9 출시가 당시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서 저도 기억해요. 그러다 어떻게 테라랩스로 오시게 된 거예요?
저는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기존 커리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갔어요. 마찬가지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있으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싶었고, 온라인 투자를 오프라인 투자로까지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테라랩스의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부동산이 생소한 분야긴 하지만 '투자'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다르진 않거든요.
테라랩스가 4년 만에 뽑은 디자이너라고 알고 있어요. 첫 디자이너로서 할 일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아요.
그동안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에 정리할게 엄청 많았어요. 테라에듀, 테라빌드의 로고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가이드를 하나하나 잡아갔죠. 테라에듀와 테라빌드는 테라랩스의 서비스지만 톤 앤 매너가 통일되어 있지 않았어요. 컬러톤을 맞추고, 폰트 종류나 사이즈 등 하나의 회사로 보일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렇게 하나의 브랜드로써 브랜딩이 되고 나서 그에 맞게 웹페이지 개편, 회사 소개서, 고객들에게 나갈 브로슈어, 대외적으로 나가는 문서들의 템플릿까지 하나하나 작업해나갔습니다. 지금은 슬로우밀리의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고요.
슬로우밀리가 중소형 주택(빌라) 브랜드잖아요. 왜 중소형 주택에 브랜드가 필요할까요?
슬로우밀리는 밀레니얼 1인 가구를 위한 집이에요. 이 밀레니얼 1인 가구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빌라인데요, "너 어디 살아?"라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해요. "원룸" 아니면 "투룸". 그런데 아파트 사는 사람들한테 "너 어디 살아?"라고 물어보면 원룸, 투룸, 쓰리룸이라고 말하는 사람 보셨나요? 래0안, 푸0지오 같이 아파트 이름을 말하죠. 이 둘의 차이는 '자부심'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디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 저희는 빌라에 살아도 이런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째로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차별화된 집을 짓고 있고, 둘째로 집의 가치를 높여주는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집의 가치를 높여주는 브랜딩'이라는 건 정확히 어떤 작업인 건가요?
예를 들어 아파트 같은 경우 브랜드가 달라도 내부는 거의 비슷해요. 자재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조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아파트 브랜드를 말했을 때 브랜드별로 주는 느낌이 다 다르죠. 이게 각각 아파트별로 브랜딩이 다르게 되어 있어서 그래요. 마찬가지로 '슬로우밀리'는 빌라지만 원룸, 투룸이 아닌 '슬로우밀리' 로 기억되고 불릴 수 있도록 브랜딩을 하고 있어요. '슬로우밀리'가 '슬로우밀리'로 불릴 수 있도록, 거주하시는 분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자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고급화를 했다는 뜻인가요?
여느 중소형 주택(빌라)보다 고급화된 건 맞지만, 고급화가 곧 자부심은 아니에요.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집에 살고 싶다고 느낄 때 나오는 거예요. 저희의 타깃인 밀레니얼 1인 가구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 그런 집이 되기 위해 저희 '슬로우밀리'는 통일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그런 메시지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들이 모여 '슬로우밀리' 라는 브랜드가 완성되는 거죠.
그렇다면 '슬로우밀리'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궁금해요.
한마디로 '슬로우밀리'는 삭막한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밀레니얼들이 숨 한번 틀 수 있는 편안한 집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여유' '쉼' '편안함' 같은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편안한 느낌은 자연에 있을 때 많이 받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인 요소들을 건물 곳곳에 적용시켰어요. 건물의 외장재는 옅은 그레이 톤의 스톤과 우드 계열을 사용하고, 건물 1층에 큰 나무를 심었죠.
사실 이 메시지는 '슬로우밀리'의 브랜드 네임에 더 잘 녹여져 있어요. '슬로우밀리'는 느리게라는 뜻을 가진 slow(슬로우)와 8-90년 대생들을 한 세대로 구분해 놓은 millennial(밀레니얼)의 합성어에요. 현재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2,30대 직장인인데 어찌 보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저희는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느리게, 천천히 가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혀 상반되는 슬로우와 밀레니얼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슬로우밀리'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느리게 천천히 가는 시간.. 슬로우밀리 웹페이지에서도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 브랜드를 구상했을 때만 해도 입면이나 설계가 다 나오지 않았어요. 구체화되지 않은 흐릿한 이미지나 키워드들로 '슬로우밀리'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있었죠. 그래도 웹페이지는 나와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슬로우밀리'가 어떤 느낌인지 보여줘야 했어요. '여유' '쉼' '편안함'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집안에서 편안한 순간들을 생각했어요. 청소를 마치고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 폭신한 침대에 누워 포근한 침구에 둘러싸인 시간.. 이런 시간들을 생각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깐 멈춰있는 그 시간이 집에서 가장 편안한 순간인 것 같더라고요. 창밖에 하늘이 움직이는 걸 가만히 보고 있는 순간이나 석양이 내리는 시간을 상상해보세요. 집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자 편안해지는 순간일 거예요.
'슬로우밀리'가 어떤 집인지 느껴져요. 브랜딩이 또 어떤 방식으로 녹여질 수 있을까요?
지금 현재 기획 중인 건 외부와 내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외부적인 요소로는 자연 친화적인 감성을 건물 외관과 조경에 적용시킨 것, 그리고 각종 팻말이나 설치물 등으로 나타낼 예정이에요. 층수, 호수를 나타내는 팻말, 우편함, 1층 현관문 등 집에 꼭 필요한 요소들인 만큼 기존의 주택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제품이 아닌 저희만의 감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선보이려고 해요.
두 번째 내부적인 요소로는 기본 인테리어와 '슬로우밀리 인테리어 가이드'로 녹여보려고 해요. 현재 같이 작업 중인 인테리어 실장님께 저희의 브랜딩을 담은 가이드, 이미지, 영상 등을 공유하고 있어요. 회의에도 꼭 참석해서 의견을 전달드리고요. 그러다 보니 '슬로우밀리' 감성을 잘 캐치해 주셔서 제안해 주시는 것마다 '슬로우밀리' 스럽더라고요.
'슬로우밀리 인테리어 가이드'란 말 그대로 인테리어 가이드인데요, 집 안 곳곳에 저희 마음대로 '슬로우밀리' 느낌을 강하게 주는 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슬로우밀리' 감성을 담은 인테리어 가이드를 제작하려고 해요. 집 구조, 채광, 소재 등은 집을 직접 지은 저희가 제일 잘 아니까, 그 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뭔지 알려드리는 거죠.
집을 지은 곳에서 인테리어 가이드를 제공해 주면 실제 인테리어 할 때 잘 써먹을 것 같아요. 요즘같이 인테리어가 트렌드인 때에 적절한 브랜딩 방식이네요. 이런 브랜딩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저희 팀은 직무를 막론하고 많은 대화를 해요. 브랜드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슬로우밀리'의 브랜드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죠. 덕분에 다양한 시각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그것들을 모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면서 브랜딩을 하고 있습니다.
직무를 막론하고 브랜드에 대해 생각한다는 게 정말 중요한데, 특별히 교육을 진행하셨나요?
아니요. 특별히 브랜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진 않았지만 많은 대화를 하다 보니 저희 팀은 모두 '슬로우밀리'화 됐어요.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고객과 미팅을 하고, 마케팅을 하는 등 모든 업무적인 상황에서 '슬로우밀리'의 감성을 보여주는데 집중해요. 모두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거죠. 원팀 원스피릿 (One team One spirit). 저희 팀의 모토이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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