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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여행의 미래 - 김다영

여행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by 장형

# 여행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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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제목 : 여행의 미래

ㅇ 저자 : 김다영

ㅇ 3줄 개요

-. 어디서 여행을 구매하는가

-. 여행의 목적(필요에서 경험으로)

-. 호텔, 휴식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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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여행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다. 여행 책들은 일반적으로 지역에 따라 구분된 책, 역사와 연관되어 구분된 책이 있는가 하면 여행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성에 대해 쓰고 있는 책도 있다. 이 책 '여행의 미래'는 산업으로써의 여행과 여행의 변천 과정, 여행의 목적 변화, 여행과 라이프 스타일 등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여행과 그 산업의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그 가운데 책의 핵심은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여행의 목적이 필요에서 경험으로 변화하였고 두 번째는 Instagram - worthy(인스타그램에 올릴 가치가 있는)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이 두 가지의 변화가 여행 변화 방향의 큰 축이며 여행산업도 이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여행 콘텐츠 제작자가 액션캠이나 드론과 같은 첨단 촬영 장비를 이용해 촬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가치가 있는(Instagram-worthy) 사진을 남기는 것이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3세 응답자의 40%가 여행 목적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인스타그래머빌리티(Instagrammability)’를 택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여행지를 가장 선호한다는 뜻이다.


# 어디서 여행을 구매하는가?


밀레니얼 세대(81년~96년)의 등장은 IT에 밝은 세대가 여행의 주축으로 등장하며 개별여행이 대체로 자리 잡기 시작하고 OTA(on line travel agency)가 여행산업의 주축이 된다.


90년대 초부터 여행을 시작했던 나에게 ‘어디서 여행을 구매했는가’라는 질문과 OTA에 대한 주제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고 시대별 여행 구매 방식을 더듬게 했다. 나의 첫 배낭여행인 93년 미국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티켓을 구했다. 비행기 티켓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이었다. 병역 증명서부터 아버지의 통장잔고 증명서까지 제출하고 광화문 미대사관에서 반나절을 기다리고 나서야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는 유학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여행할 수 있었고 일부 지역은 현지 여행사를 이용했다.


본격적인 배낭여행(개별여행)은 95년 유럽여행이었다.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압구정동에 ’블루’라는 이름의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가 만들어졌고 많은 개별여행자들이 이 곳을 이용했다. 이 곳에서 해주는 업무는 왕복 비행기 티켓과 유레일패스 구매를 대행해 주었고 유럽여행의 개략적인 스케줄 예시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이라고는 전화모뎀을 이용한 하이텔, 천리안이 전부였던 시기여서 개인적으로 비행기 티켓이나 여행정보를 입수하기는 힘든 시절이었다. 당연히 핸드폰도 없었다. 여행정보는 도착하는 기차역의 여행자를 위한 Information 창구에서 설명받는 것이 전부였고 숙소도 기차역 정보 창구나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물어물어 찾아가야 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여행정보의 교류와 습득이 원활해지기 시작했고 대형 여행사에서 여러 옵션의 비행기 티켓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에 들어서 모바일의 발전과 함께 내 여행도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OTA가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에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그 뒤에는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홈페이지에서 몇 개 항공사들을 비교하며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스카이스캐너, 구글여행사이트등이 알려지면서 비행기 티켓 구매의 방식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아지고 편리해졌다.


숙소의 변화는 비행기 티켓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지만 아고다나 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숙소 예약을 가능케 했다. 특히, 에어비엔비의 성장은 또 다른 형태의 숙소를 만들어 냈고 여행 OTA가 숙박시설 예약뿐 아니라 새로운 현지 경험을 창조해 내는 공간으로 확장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도서관에서 본 이 책 ‘여행의 미래’ 첫 챕터인 [어디서 여행을 구매하십니까]에는 이러한 여행의 변천 과정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 여행에 대해서도 여기까지 생각을 이어갔으니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 여행의 목적(필요에서 경험으로)

고층 빌딩, 고층 아파트,
여기도 저기도 비슷한 역 앞의 풍경,
나는 이런 도쿄의 경치가 싫다.


작가는 여행의 목적이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여행이 고단한 일상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삶 자체에 변화를 주는 요인으로 그 목적이 바뀌었다고 서술한다. 과거에는 삶의 활력소와 양념으로 여행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여행에 쏟는 시간이나 재화의 증가에서 보여지듯이 여행이 삶이 되는 경우나 여행을 통해 개인의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경우도 흔해지고 있다. 이런 단적인 변화를 제외하고라도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여행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뛰어넘어 활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행의 통해서 얻어지는 독특한 경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반복적 관광이 아닌.


유럽을 장기여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멋진 성당에 가도 큰 감흥이 없고 세계적인 박물관을 들려도 거기가 거기인 양 심드렁한 순간을 겪게 된다. 내 여행의 예를 들자면, 미얀마 바간을 여행할 때였다. 바간은 수 천개의 파고다가 온 도시를 가득 메운 미얀마의 고도이다. 며칠 동안 바간에 머물면서 파고다를 둘러봤고 이제는 그 탑이 그 탑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날 저녁무렵 우연히 만난 여행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본인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다. 미얀마’라는 책을 꺼내, ‘까꾸‘라는 지역의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이 곳은 당시에는 어떤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이었다. ‘까꾸’는 미얀마 서북지역으로 소수민족인 용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얼마 전까지 반군지역이였고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족 가이드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용족 거주지역과 시장, 바간과는 다른 스타일의 파고다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 동안의 바간여행으로 같은 스타일의 파고다에 물린 여행자 친구들은 너도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각자 스케줄을 고려하여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정해진 시각에 ‘까꾸’지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인레호수’인근 도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까꾸여행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멋진 추억이 되었다.

(2014년) 미얀마 용족가이드와 용족 그리고 까꾸의 파고다

‘까꾸‘여행이 우리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다른 여행자가 하기 힘든 여행을 했다는 여행자 특유의 자부심과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특별한 경험 그리고 미얀마 용족의 생활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신선함 때문이다. 특별한 경험, 특히 현지인과 함께하는 경험은 관광지의 사찰이나 교회, 박물관을 관광하는 것보다는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여행의 목적은 삶의 충전을 위한 필요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 특히 현지화된 경험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제 어느날 저녁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끼리 만들어 낸 특별한 경험은 OTA를 통해 수 많은 프로그램으로 공급되게 되었다.


# 호텔, 휴식의 공간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호텔이 아닌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2019년 1월, 하노이 출장을 준비하면서 나는 전체 일정 중 2박은 호텔이 아닌 하노이의 히엔 민 티 하우스에서 묵기로 했다. 사실 호텔 숙박 비용이 저렴한 베트남에서 굳이 호텔이 아닌 숙소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고른 이유는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히엔 티 하우스는 하노이의 전통차 전문가가 베트남의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운영하는 공간으로, 다도 체험과 홈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행의 추억이 만들어 진 곳은 열린 숙소인 경우가 많았다. 20대, 30대 배낭여행 숙소는 대부분 유스호스텔과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서 정보를 주고 받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추억과 우정을 쌓았다. 요즘도 그때의 향수를 잊지 못해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최소 2-3일은 호텔이나 단독 숙소보다는 여행자들과 공간의 공유가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나 도미토리를 이용한다. 이 책에서는 최근 숙소의 트렌드는 휴식과 열린 숙소 외에도 여행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는 곳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에 만들어 지고 있는 열린공간 라운지

로비를 지나 체크인을 위해 도착한 공간은 '오차노마 라운지'로, 호시노야 도쿄의 각 층마다 있는 공용 라운지다. 최근 '공용 공간'의 열풍으로 수많은 호텔들이 앞다투어 라운지를 만들고는 있지만 이처럼 모든 층에 라운지를 만들어 관리하는 호텔은 아주 드물다. 이 공간은 '일본적인 휴식'을 모토로 하여 투숙객에게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경험을 공유하고 판매하는 호텔

오모5 도쿄 오쓰카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인 복도에 붙어 있는 거대한 지도다. 이 지도에는 호텔이 있는 오쓰카 역 주변의 볼거리와 먹거리가 빼곡하게 표시되어 있다. 오모호텔에는 호텔리어가 여행가이드로 변신해 지도에 표시된 곳들을 안내해 주는 오모레인저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오모레인저는 오모 호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이드다. 호텔리어들이 직접 호텔 주변 일대를 분석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워킹투어, 미식투어, 나이트 투어 등 테마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실, 여행지의 숙소에 라운지나 루프탑의 카페나 펍 등 여행자들이 모일 수 있는 열린 공간들은 이전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만난 많은 여행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여행을 함께하고 인근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펍이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개별여행과 개별여행자들의 숙소에서 개인적으로 이뤄졌던 일들이 확대되어 여행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급 호텔들도 무료로 이용 가능한 라운지를 만들어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출장자들은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들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일부 여행자 거리의 숙소에서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행사와 연결하여 투어를 쉐어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던 것이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여 호텔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대형 OTA에서 현지 투어로 판매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더불어, 에어비엔비등 숙소를 공유하던 OTA들은 미식투어, 쿠킹투어, 공예투어, 나이트 투어등 셀 수 없이 많은 현지 투어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제 여행은 관광에서 현지인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단계로 확장되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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