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친구들 공연
지난 7월 아이들 학교에서 학생 공연이 있었다. 큰 애 친구 2명이 학교 발표회에서 역할을 맡아 큰 애는 공연을 꼭 보러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공연시간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저녁 6시가 넘어서 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나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나는 그동안 독일에서 S-Bahn이나 자전거를 이용했기 때문에 버스를 탄 적은 없었다. 사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저녁시간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아이들이 이리도 원하니 이왕 독일에 온 김에 버스도 타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엄마가 다 버스표를 미리 구매해 둘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학교까지 가는 이동수단이 확보된 상황에서 큰 애는 나에게 또 하나 제안을 했다. 친구들이 그동안 열심히 공연을 한 것이기 때문에 꽃다발도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꽃다발을 2개 사서 준비해 두겠다고 하니 갑자기 둘째는 그 공연은 우리 음악선생님이 가르친 거니 음악선생님을 위한 꽃다발도 사서 직접 드리고 싶다고 했다.
본인들 공연도 아닌데 이렇게나 적극적일까 싶었지만 알았다고 하고 학교 갔다가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사놓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의 떡볶이 팬을 만났다.
나는 아이들과 양손이 꽃다발을 담은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탔다. 독일에서 처음 타는 버스는 꽤 괜찮았다. 한국버스처럼 시간도 정확하고 지금 도착하는 버스 정류장이 화면에 나와 내리기도 편했다.
우리는 학교에 도착해 아이들 공연을 보려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나자 앞자리에서 같이 앉아 공연을 보겠다며 다른 자리로 가고 나 혼자 앉아있었는데 저 멀리서 둘째가 어떤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둘째와 둘째 친구가 어떤 친구 엄마를 나에게로 데리고 왔다. 속으로 왜 나에게 오지?라고 생각했다. 한참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서 지난번 각 나라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같은 게 있어 뭘 만들까 하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고 상하지 않는 떡볶이를 준비해서 갔었다. 혹시 양도 부족하면 안 되니 양도 아주 넉넉히 해서 갔는데 그날 내 떡볶이는 인기가 많아 다 소진되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빈 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날 내 떡볶이를 먹고 내 떡볶이 팬이 되었다니 이야기를 듣자마자 속으로 나는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았다. 자기의 아들이 너무 맛있었다며 실례가 안 된다며 레시피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레시피는 보내줄 수 있다며 그 엄마와 나는 서로 핸드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 엄마에게 집에 가서 바로 레시피를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내 떡볶이에 특별한 건 없었는데 내 떡볶이가 이리도 맛있다니 속으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둘째는 자기 친구의 친구 엄마가 내 떡볶이 팬이라는 사실이 너무 기분이 좋았나 보다. 집으로 오는 내내 엄마 기분이 어때? 라며 계속 물어봤다. 나는 바로 기분이 너무 좋지!!라고 대답해 줬다.
나는 집에 가서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떡볶이 레시피를 작성해서 아까 연락처를 주고받은 엄마가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후에 그 엄마는 너무 고맙다고 답장이 왔다.
이날 아이들의 친구들 공연을 보러 표를 사러 역까지 걸어가고 꽃다발도 미리 사서 준비한다고 더웠던 기억이 있었지만 내 떡볶이 팬을 만나고 나서 친구들 공연을 간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내 팬이라고 하는 사람도 만나보다니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았다.
아이들은 친구들 공연을 보고 축하도 해준 기쁜 날이었지만 나는 내 생애 외국인 친구 엄마에게 떡볶이 팬이라는 말을 들은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