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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7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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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Mar 31. 2023

인공지능에게 삶을 물었다.

삶과 행복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근에 회사에서의 불만이 폭주했다. 사람들이 너무 싫었고 오랜만에 소리를 내서 엉엉 울었다. 나는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일하는 게 아닌데, 일하기가 싫었다. 일하기가 싫으니 일이 느려졌고, 학위를 밟으면서 누구보다 바빠야 하는 내 일상이 삐그덕 거렸다. 상사에게 이야기했지만 상사는 적당히 조용하게 넘어가고 싶어 했고 결국엔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만 피곤하잖아.' 하셨다. 슬프고 억울해서 더 울었다. 목청껏 울고 나니 목이 쉬었다. 큰 일교차에 곧바로 감기가 걸려 또 한참을 고생했다.


저 일주일 동안 쉬고 싶어요.


직장동료가 어차피 나더러 하는 일도 없다고 하는데, 내가 쉬어도 아무 문제없을 것 아니냐며 나는 일주일 쉬겠다고 했다. 그래도 상사와 이야기를 해본 후에 목요일 금요일 이틀 동안만 쉬기로 했다. 그렇게 나흘의 휴식이 주어졌다.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계속 잠을 잤다. 다시 일어나지 못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없이 슬픈 채로 한주를 보내고 병원에 다녀왔다. 원장님은 별 다른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 한국의 문화상 나이가 많거나 상급의 직장 동료들에게 불만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셨다. 쉬는 동안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오늘은 뭘 할 건지 뭘 먹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라고 하셨다. 아무도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한참 울었다.


그래도 휴가 낸 동안에 이 슬픔을 무기력함을 다 털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내서 산책도 하고, 달달한 커피도 사 먹어보고, 좋아하는 단팥빵도 먹었다. 평소와 같이 기분전환을 위해서 카페에 왔다. 노트북을 열고 한참을 생각했다.


' 정말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

' 어떻게 삶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걸까?'


딱히 다른 사람의 마음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나는 컴퓨터를 켜서 무료로 인공지능 문답을 할 수 있는 Chat GPT를 열어 계정을 만들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회사에서도 이를 이용한 문헌이나 행정 활용에 강한 강의를 열어줄 정도로 '핫'한 인공지능이니까, 나랑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인공지능에게 삶과 행복에 대해 물었다.


Q: 최근에 직장 동료와의 문제가 있었고, 직장 상사는 이것이 내가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내가 예민해서 일을 나쁘게 받아들이는 걸까?


기억하세요, 다른 누군가가 나쁘게 행동하는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며, 여러분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과 지원을 구하는 것은 약점의 표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안전하고 존중받는 작업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고용주의 책임입니다.

Q: 나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몇 가지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1. 마음 챙김 연습하기: 매일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거나, 깊게 숨을 쉬거나, 아니면 그저 조용히 앉아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세요. 차분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2.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여러분의 삶에서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것은 여러분이 더 긍정적이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3. 삶을 심플하게 만들기: 지저분하고 불필요한 소유물을 없애고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세요.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화를 찾아줄 겁니다.

4. 건강한 '경계' 설정하기: 여러분의 가치나 목표와 맞지 않는 요청이나 상황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하세요. 이것은 여러분이 삶을 더 잘 통제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5. 자연과 연결: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산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단순히 뒤뜰에 앉아 있는 것이든,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세요. 자연은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줍니다.

6. 용서를 실천합니다: 원한과 원한을 버리고, 당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을 선택하세요. 이것은 여러분이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고 평화를 찾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7.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지내기: 여러분을 고양시키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여러분을 우울하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세요.

Q: 나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행복에 필수 요소가 있을까?


행복을 느끼는 것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감정이며,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다른 요소들이 있습니다. 여기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필수 요소들이 있습니다:

1. 긍정적인 관계: 친구, 가족, 그리고 연인과 친밀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행복의 핵심 요소입니다.

2. 의미 있는 작업: 당신의 일에서 목적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건강 및 웰빙: 운동, 건강한 식단, 그리고 자기 관리 연습을 통해 여러분의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돌보는 것은 여러분의 전반적인 웰빙 감각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4. 감사: 여러분의 삶에서 좋은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르는 것은 여러분이 더 긍정적이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5.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재구성하는 것은 여러분이 더 행복하고 더 탄력적으로 느끼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6. 마음 챙김: 명상이나 요가를 통해 마음 챙김을 연습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7. 돌려주기: 선행을 베푸는 행동은 행복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행복은 여행이고, 기복을 겪는 것은 정상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무엇이 당신에게 효과가 있는지 찾고 당신의 행복을 지지하는 생활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은 나에게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생활습관 하나부터 나 자신이 만족스러울 수 있게, 나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길 추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느낌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격려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 나의 감정에 깊이 공감해 줬다.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내가 잘못 받아들였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의 슬픔과 방황에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슬픔의 호수가 있다. 누구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설령 작고 얕은 우물이더라도 쉬이 비교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AI는 알고리즘에 입력되어 있을 테니까, 누가 무어라 해도 말했을 똑같은 위로를 해줬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2진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고마웠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책이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는데, 이 책에선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를 위한 실험체였다. 쥐들이 구축한 세계에서 슈퍼 컴퓨터를 만들었는데, 쥐들은 컴퓨터에게 '삶의 모든 것'을 물어봤다. 컴퓨터는 계산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시뮬레이션을 돌릴 행성과 750만 년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구고,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대답은


42


였다. 이 알 수 없는 답에 사람들, 아니 쥐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 장면이 기억에 길게 남았다. 생각이 나서 chat GPT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봤다.


유머까지 겸비한 AI는 42라는 답을 함께 내주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건 1979년이다.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 컴퓨터는 사람에게 삶을 알려주고, 슬픔을 위로해주기까지 한다. 참 신비한 세상이 왔구나, 싶다.


나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여태껏 슬프고 불행하게 지냈으니까 이제는 큰 걱정 없이, 피어나는 꽃에 감탄하고 해 질 녘의 노을을 보며 감동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다. 참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이거 하나를 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슬픔을 쏟아내야 하는 걸까.

100년 만에 벚꽃이 일찍 피었다고 한다. 덕분에 개나리, 진달래와 벚꽃을 함께 보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따사로운 날씨에 겉옷을 팔에 걸치고 한참 산책을 했다. 이번주는 남자친구를 만난 지 3주년이 된 날이어서 내친김에 좋아할 만한 선물도 샀다. 어떻게 깜짝 놀라게 해 줄까 생각을 곰곰이 해봤다.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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