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ara Jan 13. 2024

#7. 물때

성장일기 _ 일상





"엄마. 물병 좀 깨끗이 닦아줘. 뭐가 묻어 있어!"

"깨끗이 닦았는데..."


아들이 학교 다녀와서 물병을 꺼내 놓으며 나에게 말한다.


'분명히 깨끗이  닦았는데.. 두 번 세 번"


다음 날에도 아들이 말한다.

" 엄마. 물병이  더럽다니까!"


아들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한참 물병을 닦으며

예민한 녀석이라고 투덜거렸다.


몇 달이 지나 안과에 시력 검사를 하러 갔다.

눈앞이 침침하고 뿌옇기에 눈이 안 좋아졌나 싶었다.


"노안이세요. 안구 많이 건조하시고 가까운 글씨도 잘 안보이실 거예요."


당황스러웠다. 난 아직 젊은데 노안이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휴대폰, 컴퓨터모니터, 책을 보는데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 문제가 시력이라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집중력 저하라 생각하며 자책을 하던 중이었다.


돋보기를 맞추고 집에 돌아와 책을 보았다.

글씨가 또렷하다.

컴퓨터 모니터도 보았다.

뿌옇던 모니터도 맑게 개였다.


아들이 말했던 물병을 바라보았다.


문득 어린 시절 학교 점심시간에 물을 마시려고 물병 뚜껑에 끼인 물때를 보고는 누가 볼까 싶어 후다닥 뚜껑을 닫던 모습이 떠올랐다.  돌아와서는 엄마에게


" 엄마! 물병 잘 안 씻어? 왜 이렇게 더러워!"라고 투덜거렸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무표정이었다. 


내가 설거지한 물병을 돋보기를 쓰고 바라본다.


어릴 때 봤던 물때가 사이사이 껴있다.


눈물이 난다.

엄마도 그때 그랬구나. 안 보였던 거었구나.


며칠 후 아들이 말했다.

"엄마! 물병 깨끗이 닦았네!"


"응. 엄마가 돋보기안경 끼고 보니 엄청 지저분하더라

안보였었어. 이제 엄마도 늙었나 봐. 그걸 몰랐네. 마음은 안 늙었는데 몸이 늙는다는 걸.  그리고 짜식아. 이제는 잘 보이는 네가 좀 닦아라. 엄마도 힘들다."


내 마음이 아직 청춘이라 내 몸의 노화를 외면했는데 이제는 마음만 아끼지 말고 몸도 조심조심 아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6. 나는 X세대, 너는 MZ세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