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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Feb 20. 2024

#11. ADHD들의 천국

성장일기 _ 캐나다라이프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오후 1시에서 6시 사이의 수영장의 모습은 오전의 차분하고 안정된 수영장의 광경과 차원이 다르다.

마치 집에 오래 있다가 산책 나온 개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뛰어노는 모습이랄까?


오전에 일이 있어 운동을 못 갔을 경우  오후를 시간 가끔 이용하는데 사실 나도 피하고 싶은 시간대이다.  


 1시부터 3시 사이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다는 느낌보다.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엄마랑 운동하러 들른 유아들이 많다. 뜻대로 안 되는 유아들은 소리 지르고 울고 불고 그러나 어느 하나 아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지적하거나 아이를 밖에 나가서 달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냥 아이가 뭔가 불편한가 보구나 생각하는지 혹은 유유히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해 있는 듯하다.


나도 처음에는 우는 아이를 달래지 않고 바라만 보는 엄마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수영장 트랙을 돌며 가까이 가보니 엄마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기를 차분히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이 모습 또한 한국서 느껴보지 못한 생경한 모습이랄까? 공공장소에서 어디든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죄인인 양 아이에게 조용하라며 울지 말라며 머물던 장소에서 벗어나기 급급하고  민폐가 된다며 밖으로 나가서 일수이다.  종종 어떤 이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자신이 심신이 피해를 봤다며 호소하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맘충들은 좀 집에 있지 시끄럽게 기어 나와서 애를 울리냐!"


내가 만약 그런 말을 듣는다면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


" 그럼 너도 말이 안 통하는 누군가와 하루종일  붙어서 오르지 그들만 챙기고 있으면 종일 집에서 힘들지 않겠어? 숨을 쉬고 싶지 않겠어? 어른 사람들이라도 구경하고 싶지 않겠어"라고 말이다.


여하튼 이곳 수영장은 엄마들도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와서 함께 수영도 하고 간혹 6개월부터 3살까지만 이용가능한 아기튜브에 앉아서 조는 애기를 데리고 하염없이 수영장 트랙을 걸으며 본인의 몸 건강 마음 건강을 모두 챙기는 힐링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장 부담스럽고 사실 피하고 싶은 킬링타임 3시부터 6시 사이에는 정글을 방불케 한다.


학교를 마친 틴에이저들 특히 우기에 갈 곳도 마땅히 없이니 수영장으로 총집합을 하는 걸까?


메인풀에서 레슨을 하는 틴에이저들, 혹은 잡기 놀이, 다이빙, 보트 타기를 하거나 수영장 트랙에서 공놀이를 하며 물속을 뛰어다니고 물장구치고 과격하게 공을 던지면 친구들을 맞추고  도망가느라 물장구를 거세게 쳐서 발에 차이고 치이는 틴에이져들 큰소리에 귀가 먹먹하고 아프기도 하다.


ADHD들만 모여 있는 듯 한 기분이랄까?


이 시간에는 특히 라이프가드들이 평소에 3명에서 4명이 배치된다면  이 시간대는 6명에서 8명의 인원들이 왔다 갔다 하며 위험을 살피는데 극히 위험한 장난이나 상황이 아니라면 이 소란과 난장판 같은 상황을 통제하는 이도 없을뿐더러 피치 못해 이 시간에 온 나 같은 어른들도 아이들의 공에 맞거나 차여도 그러려니 하며 지나간다.


간혹 조금 예민한 어른이 조금 조심하라고 말하면

이곳 아이들은 반항을 한다기보다 Sorry라고 하거나 자신이 급히 지나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Excuse me라 말하며 지나가며 본인의 행동은 오두방정의 극치다


 여하튼  이 시간에 수영장을 다녀와야만 하는 불가피한 개인일정 때문에 간혹 찾는 시간대이지만 정말 내 몸의 모든 기가 다 빠져나가고 정신도 혼미하고 한 상태로 귀가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에 극히 선호하는 않는 시간대이다.


여하튼 한국에서 이이들이 조금만 까불거나 거친행동을 하면 아이에게  ADHD 혹은 과잉행동장애라고 말하며 그 아이들을 가해자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나 과잉행동으로 보이는 행동들은 그 나이 아이들의 과잉에너지에서 오는 너무나 정상적인 것은 아닐까? 아주 가끔이지만 틴에이저들이 모여서 노는 이곳 수영장에서  모두가 신나게 뛰어놀고 운동하며 밝게 웃는 모습에 덩달아 에너지를 얻을 때도 있다.


이곳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게도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한국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안부를 묻고 싶게 만든다.


"너희들은 괜찮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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