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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a May 07. 2024

#25. 만약 일주일 안에 내가 죽는다면?

성장일기_일상

딸이 물었다.


"엄마. 만약에 엄마가 일주일 안에 죽는다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나?.... 글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해 봐."

"음.... 잘 모르겠어."

"에이..."

"지금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데 조금 생각해서 말해주면 안 될까?"

"아니. 그냥 오래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대답이 안 나와?"

"응 엄마는 안 나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에이... 알겠어."


종종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평소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았던 질문들을 하니말이다.  보통은 아주 어릴 때 생각해 보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중년이 되어서 다시 생각해 본 나의 죽음에 대한 질문 그때는 죽음의 시간이 그리 가깝지 않아서 대답을 바로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의 나이와 죽음으로 향하는 나이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가까워지니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10,20대 때 그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 동안 주변사람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할 거야. 잘 지내라고 그리고 그동안 내가 상처준일이 있었다면 정말 미안했다고."라고 대답을 바로 했던 것 같다.  몇 초의 망설임도 했던 대답이었다.


마흔 중반이 되어 딸에게 받은 죽음에 대한 질문은 바로 대답할 수 없었고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만약 일주일 안에 죽는다면 뭘 하지?'


나름 심각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깊은 생각의 정리 끝에 나는 그 일주일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다.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


1.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장소 가서 하루종일 머물기

2. 내 물건들 깔끔히 정리하기. 남김없이.

3. 나의 물건 주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와 함께 우편으로 전달하기

4.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기

5.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틀정도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시간 보내고, 글을 남기며 마지막 시간 보내기.


젊은 시절 나의 죽음 앞에서 나는 타인이 먼저였다. 그들에게 사과도 하고 고백도 하고 마지막 인사도 남기고 내가 살면서 뭘 그리 잘못했다고 죽으면서 까지 타인이 먼저였을까? 사회의 무리 속에서 피해 주지 않으며 살아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딸의 질문으로 인해 생각하게 된 죽음에 대해서 요즘 드는 내 생각은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이생을 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나 얼마나 또 가치 있고 당당하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무한 칭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오늘은 딸아이가 주는 질문에 또 한 번 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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