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ara Feb 09. 2024

# 9. 나이를 먹는 증상들 _ 화

성장일기 _ 일상

 나이 먹을수록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유 없이 짜증을 많이 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 말은 명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 당시 나이 먹으면 이해심이 넘쳐나서 바다와 같이 넓어질 것은 당연하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런 어른들의 한심함을 속으로 비웃곤 하였다.


내 나이 40대 후반.


나는 계속 속이 좁아진다. 

옹졸해진다. 

사실 예전에 너그럽게 넘어갔던 일들조차도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확인하고 말한다.


점점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지인

자기 기준대로 막말 시전하는 지인

무례하고 자기 얘기만 하는 지인


예전에는 꾹 참고 성격이려니 하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제는 참을 수가 없어졌다. 견디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말씀하시길 

[ 좋은 게 좋은 거니 네가 이해하라고 참으라. 참을 인자 석자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던지라 화가 나는 상황이 와도 당연히 참으려는 노력을 했지. 내 의견을 표현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참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나와 남아야만 하는 내 가족 안에서의 나는 너무 차이의 괴리감에 죄책감마저 들곤 했다.  자녀에게 부모님의 말은 곧 종교의 교리이자 신념이 되어 버린다. 


'나는 나쁜 사람인가? 부모님이 참으라고 했는데 저 사람의 무례한 행동에 왜 자꾸 화가 나지? 난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닌가 봐! 부모님 말씀도 거역하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고 우울감마저 들었다.


신기하게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으로 엮인 지인들에게는 화를 내 본 적이 없지만, 일로 엮인 지인들에게는 일로써 벌어지는 무례한 상황에서는 참지 않고 직설적으로 정확히 업무적으로 말해 주었다. 마치 젊은 시절 나는 싸움닭 같았다. 모든 남자직원들과 적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주변의 여자 동료를 지켜주고 싶었다.


"여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지."

"여자 주제에.."

"얼굴만 안 이뻤어도 넌 가만히 안 뒀어."


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들은 나를 여자라고만 생각하고 대했는지 무시하고 무례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기에 나 역시도 참지 않았만 결국은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혼자서는 이겨내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말해봤자 소용없는 달걀로 바위 치기였다.


나는 무례한 사람이 정말 싫어요.”라고  말하면 세상 무례한 말을 서슴지 않는 그들은 하나와 같이 똑같이 이렇게 말한다.


“나도 정말 싫어. 근데 너도 무례해. 그거 알지?

"어른한테 누가 그렇게 말대답을 하니?"

"어른이면 어른답게 존중받을 말을 해야죠. 남의 의견 무시하고 명령하는데 그걸 누가 들어줘요?"

"이거 봐.. 말대답을 따박따박"


그들은 대부분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지 않고 자기 우월화와 자기 우상화에만 빠져있기에 남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감정을 이용당하고, 이해해 줘서 암 걸릴 것 같은 일들만 일어나기 일쑤다. 그냥 아니다 싶고 내 맘이 불편하고 괜찮지 않은 인연이라면 과감하게 끊어내는 것도 좋다. 그게 옳다. 그들은 웃으면서 말하면 그냥 우스운 얘기쯤으로 여긴다. 나를 무시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정색을 자주 한다.

욕도 종종 한다. 

그리고 싫다고 말한다.


나를 평생 알아온 친구들도 나에게 변했다고 말하고, 내 주변인들도 너 까칠해졌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기분 좋은 이야기로 들린다.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할 때

"응. 네 생각이 그렇구나.."라고 얘기하지 않고 비난하거나 예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옆에 있다면 멀리해도 된다.


그런 인연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그래야 나의 삶이 풍요롭다. 그래야 한결 내 속이  속 편하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비록 그간 억지로 참아 왔던 인연들을 하나 둘 끊어 내면서 받는 내적 죄책감 크지만  결국 내 곁에 남을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아 있다.


그간 나의 감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혹은 잘하려고 노력을 해왔고, 정작 나에게 잘해주거나 편하게 해주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듯 그 감정을 받아왔었다.


 이제는 타인에게 잘해주거나 편히 대해주는 이들의 마음과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배려심이 많은지 잘 알고 있다.


감정적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픈대로 살면서 희한하게 남의 삶에 지적질과 참견질을 하는데 그들은 그것을 걱정이라고 말한다.


본인의 걱정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타인에게 해주는 진심 어린 어린 조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내 생각이 틀리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묘한 능력들을 보유한 자들

그들은 본인의 말을 경청하게 만드는 특이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요즘말로 가스라이팅의 대가들이다. 


 그냥 내가 원하지 않는 조언, 충고, 평가, 판단을 하는 이이게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딱 말해주고 싶다. 모든 생각은 주관적이며 당신에게 맞는 생각은 타인에게 다르거나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는 나이 먹을수록 거절도 잘하고, 필요할 때는 화도 낼 줄 알고, 나를 나답게 표현하고 살아가는 것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웬만한 감정들은 정말 하찮고 사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중 년년의 사람들은 그리도 화가 많나 보다. 그동안 하도 참고 살아왔어서...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만 정연하게 보인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럴 줄 알았지'라고 외치며 자신의 똑똑함을 자랑하거나 합리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임 최인철 저 p219]

작가의 이전글 #8.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