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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린 Feb 23. 2022

모두어 나눠 쓰는 시스템

크게 어려울 것 없는 것이 아닐까?


"분배적 경제정책이 낯설고 자본주의적 경쟁이 당연시되곤 하는 한국 사회의 유권자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닐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2262&CMPT_CD=SEARCH


이 기사를 보면서, 약간 서글픈 마음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세금 내고 복지혜택을 받는, 다시 말하면 세금 걷어서 복지로 나눠주는 시스템이 아직도 이렇게까지 낯설어야 할까 싶어서이다.


방역 정책이 정말 유난스러운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지난 2년간 도합 7개월 정도의 록다운을 경험했다. 내 한 몸만 챙기면 그만인 비정규직 지식노동자인 나와는 달리, 고용과 사업을 함께 유지해야 하는 전문직 자영업자인 남편이 정부 재난 지원으로 이 난국을 크게 허둥대지 않고 지나가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경제 무뇌아인 내가 관찰한 바는 이렇다. 뉴질랜드 정부가 국경을 통과하는 여행객들의 자가 격리를 시작으로 방역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이 2020년 2월 초. 뒤이어 재난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공표한 것이 3월 17일이다. 갈무리하면, 고용 유지를 위한 wage subsidy는 고용주가 방역정책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는 기간 동안 국가가 고용주를 통해 고용인들의 월급을 대신 지급해 주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지원책이고, 사업 유지를 위한 resurgence support payment는 말 그대로 영업손실을 보상해 주는 지원책이다. 방역체계에 따라 단계별 방역등급이 전국 혹은 지역적으로 시행되면서 지원책도 따라 움직였고, 팬데믹 상황이 시작된 지 2년이 꼬박 다되어 가는 2022년 2월, 록다운과 같은 완전 봉쇄 상황은 아니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손해가 큰 자영업자들에게 재차 영업손실 보상에 대한 지원을 시행한다. 


당연히 국가부채비율은 치솟았지만, 팬데믹 시작점에서 마이너스 2%까지 곤두박질쳤던 경제 성장률은 완만하게 회복세를 되찾고 있다. 그리고 특권층도 아니고 기득권도 전혀 아닌, 그저 중산층 이민자로 분류되는 우리는 큰 상처 없이 살아남았다. 물론 그렇지 못했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다. 


세금이 싹둑 잘려 나오는 월급 명세서를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하나, 강의실과 아르바이트 사이를 치열하게 오가면서도 첫해에는 등록금 걱정 없이, 그리고 이후에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믿고 대학 교정을 빼곡히 메우는 우리 학생들과 나 사이가 상당히 끈끈하다는 사실은 진정 뿌듯하다. 


모두어 나눠 쓰기...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것이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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