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짐자무 Mar 12. 2021

부다페스트 01_AUW 아키텍처 언컴포터블 워크숍

Budapest, HU_AUW - Jack

                        


비엔나 여행에서 돌아와 베네딕트가 알려준 아키텍처 언컴포터블 워크숍AUW의 주소로 이메일을 보냈다. 베네딕트가 알려주었다고 보내자 그들은 바로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며 그들의 스튜디오로 와도 좋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베네딕트가 연락처를 줄 때만 해도 길가의 공개된 사무실이어서 편히 지나칠 수 있는 곳일 거라 생각했는데, 후에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꽤나 외곽이어서 정말 찾아가도 되나 걱정했었다. 사적인 작업실 같은 분위기어서 그들의 지인도 아니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놀러 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거나 무례할 수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작업들이 굉장히 멋있어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길종상가가 생각나기도 하는 그런 특별한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페스트 쪽에 묵고 있었는데 그들의 스튜디오는 부다 쪽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데니스가 도심까지 마중을 와주었다. 함께 트램을 타고 그들의 스튜디오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또래 같아서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건축가셨기 때문에 일을 돕다 자연스럽게 자신도 건축을 하게 되었고,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건축을 업으로 삼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굉장히 멋있는 말을 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건축을 배워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건물을 짓는 작업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건축을 설계할 때는 작업자도 안전하고 즐겁게 건설할 수 있는 설계를 한다고 말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 건물에 녹아들 것이라고 믿으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지을 수 있는 건물이라니, 정말 멋진 생각이지 않은가. 모두의 행복한 에너지가 깃드는 건축물을 상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한적한 마을을 걸어가자 룩카스의 집이자 그들의 스튜디오인 공간이 있었다. 커다란 레브라도 리트리버와 룩카스의 어린아이, 사랑스러운 부인이 있었다. 그들은 정말 그럴 이유가 없었음에도 친절하게 내게 자신들의 모든 작업을 보여주고 설명해주었다. 그들의 작업들은 사려 깊고 실험적인 것들이 많았다. 작품들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작업자를 존중하고 환경을 존중하고 사용자를 존중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직접 기르는 벌들이 만든 비즈왁스로 만든 테이블, 남은 콘크리트를 다양하게 굳힌 접시 시리즈, 넓고 큰 철판을 종이 접듯 접어 의자 다리에 얹은 의자 등 그들의 작업은 제각기 독특했고 미적으로도 훌륭했다. 매달 주변 예술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만드는 페이퍼도 있었다.



그 날은 친구에게 의뢰가 들어와 물결 모양이 있는 책장을 만들고 있어서 나는 나무 조각들이 맞춰진 자리에 비즈왁스를 손으로 꾹꾹 반죽해서 메우는 일을 도왔다. 작업을 마치자 룩카스의 부인이 감사하게도 파스타를 만들어주셔서 같이 식사를 했다. 그냥 파스타려니 하고 맛을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앤쵸비 파스타였다. 앤쵸비 파스타를 잘 만드는 사람은 참 멋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꼭 30대에는 앤쵸비 파스타를 마스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업실은 아기도 개도 모두 너무 따뜻하고 친절했다. 보통 동물들은 날 별로 안좋아하는데(내가 너무 애정을 퍼부어서) 개마저도 이마를 쓰다듬어달라며 자꾸 이마로 손을 건드렸다.


종종 주변의 예술가들이 몇 개월씩 머물면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업을 하면서 머물다 간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 와서 묵어도 좋다고 했다. 나는 그 스튜디오를 가기 삼 일 전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는데, 그렇지 않은 우주에서는 정말 그들의 스튜디오에서 같이 묵고 있었을 것이다. 헤어지기 전 그들은 접시와 홈메이드 비즈왁스 조각을 선물해주었고 비엔나에 돌아가게 된다면 연락해보라며 잭이라는 친구의 연락처를 주었다. Salon Fuer Kunstbuch 라는 서점과 Galerie Hubert Winter라는 갤러리도 추천해주었다. 정말이지 인간들의 연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며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궁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2018_May


작가의 이전글 비엔나 01_포기해야 할 줄 알았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