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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Mar 04. 2021

꿈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아무나'면 어때?

요즘, 청소년 브리핑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꿈이 뭐니?”인 듯하다. 유치원 때는 ‘꿈 나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각자의 꿈을 포스트잇에 쓴 후 나무 뼈대에 잎처럼 붙여 완성하는 것이었다. 초・중・고등학교 때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내가 원하는 꿈과 부모님이 바라는 꿈을 1지망부터 3지망까지 각각 적어 가야 했다. 부모님이 내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으레 따랐을 텐데 우리 부모님은 내게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꿈에 대한 고민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12년의 세월 동안 매년 꿈은 바뀌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타인에게 인정받을 만한 삶.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내 꿈에 타인의 시선을 입혀 왔다. 사회적 기준과 타인의 인정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다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990년대 섹시 아이콘으로 활동하다 돌연 제주도민, 요가인, 파자마 마니아의 삶을 택한 이효리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JTBC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효리는 MC 강호동, 이경규와 길을 걷다 한 소녀를 만났다. 강호동은 소녀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물었고 이경규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효리는 달랐다. ‘시크’한 표정으로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내뱉은 것이다. 소녀의 부모가 들었다면 이효리의 ‘막말’에 분노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나’라니. 그런데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책임한 한 마디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왜?
 

우리는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압박과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다.  프랑스의 철학자 라캉은 말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뾰족한 턱과 마른 몸을 가지고 싶다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진짜 나의 욕망인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기인한 것인지를 이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타인이나 사회적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



  한때 우리 사회의 주요 트렌드 중 ‘노멀크러시’와 ‘소확행’이 있었다. ‘노멀크러시(Normal+Crush)’는 사회가 정한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소확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키의 수필에 등장한 단어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이를테면, 백화점에서 팬티를 대여섯 장씩 사 모으는 행복 말이다.


타인에 의해 꿈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니, 지나야 한다. 꿈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욕망을, 행복을 찾는 삶. 어떤 잣대로 누군가를 점수 매기지 않는다면 적어도 요즘 청소년들은 하나의 명사가 아닌 문장으로 ‘꿈’을 쓸 수 있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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