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간호사 # 의사 부족 # 이익 집단
소아심장외과에서
실습하는 날이었다
대학원에서 전문간호사 과정을 위해 실습을 하던 때이다. 그날은 소아심장외과에서 실습하는 날이었다. 실습은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설렘이 있다. 내가 모르는 환경을 견학하고 특별한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재밌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새롭고 신기한 일이다. 전문간호사 과정을 포함한 대학원 실습은 학부 실습과는 달리 병원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간호사를 만나는 시간이다. 전문간호사와 함께 환자를 보러 병동에 갔다.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수술 후 퇴원을 기다리고 아이가 있었는데, 며칠 전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나와 이제는 집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와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라포(환자와의 관계)가 잘 형성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OO이가 선생님 오기만 기다렸어요.”라며 얘기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반갑게 얘기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에 관해서 얘기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잠은 잘 자는지, 몸 상태는 좋은지를 물어보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의료진으로서 확인해야 하는 의도를 녹아낸다는 것이 저런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의 경우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한 역할이지만
전문간호사는 특정 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간호사로, 일반적인 간호사와는 다른 특수한 역할들을 한다. 예를 들어 외과적 수술을 하는 과에서는 수술에 참여하고 어떠한 경우에는 전공의처럼 병동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이나 처치에 대해 주치의와 상의하여 치료하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한 역할이지만 대학병원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부족한 전공의들의 업무를 전문간호사가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정말로 필요한 과에서
인력의 부족이 있다는 것
최근 병원 간호사의 근무 중 사망으로 외과계 수술 집도의의 부족과 이러한 부족을 만든 의료 시스템,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있다. 터무니없는 의료수가로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정말로 필요한 과에서 인력의 부족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한편으로,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여 일하는 간호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간호법 제정으로 의사협회의 비난도 있었지만, 민주주의 아래에 각자의 의견과 이익을 얘기하고 집단을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다수의 사람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라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통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안된다고 다른 이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권리는 놓지 않으면서 당면한 문제는 해결하려다 보니,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간호사만 힘든 것이 아닐까? 무너짐 댐을 두 손으로 막으려는 것이 해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묻어두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군가에는 권리를 빼앗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위험이 되는 상황일 수 있다. 음지에서 자행되는 의료행위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국민 다수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원인에 대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미봉책으로 문제를 묻어두는 것은 옳지 않다. 이따금 표면으로 드러날 때만 이슈가 되고 묻히기를 반복한다면 결국에는 곪아서 의료 시스템 전체를 병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