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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 Aug 29. 2023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신해철이 함께 발표한 노래?

정철의 첫 산문집 <동사책>을 읽고

본론에 앞서 '저지르다'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반의어를 찾는다면 '수습하다'일 것이다.  저자 정철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일의 시작 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이 저지름 아니면 망설임이지 않냐며 자신이 생각하는 반의어는 '망설이다'라는 견해를 밝힌다 (같은 맥락으로 '사랑하다'의 반대말은 '싫어하다''증오하다'가 아니라 '사랑했다'인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어폐가 없진 않으나 익숙한 조합을 거부하는 35년 차 카피라이터의 남다른 내공라.


프롤로그 제목도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를 추구하는 정철답다. '동사에겐 감정이 없을까'라니…. 정철은 이러한 의문을 품고 몇몇 동사를 관조하다가 감정이 없는 건 동사가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었단 결론을 내렸다. 그리곤 미안했는지 60가지 동사를 때로는 따스한 눈으로, 때로는 명랑한 눈으로 바라보며 긴 글을 썼고 첫 산문집 <동사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소개했다. 이제 본론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동사가 등장하지.
그중엔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동사도 있어.
-p.47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보자.



답은

 '죽다'이다.




그래, 죽어본 사람은 없어.
죽으면 끝이니까.
그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거야.
그대에게 능력이 있는데,
 의지도 있는데, 시간도 있는데
 가진 것을 다 소진하지 못하고
그것들과 함께
관에 들어가 나란히 눕는다면,
이보다 슬픈 끝은 없을 거야.-p.48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신해철.


인생을 뜨겁게 살다 간 네 분이 우린 알 수 없는 어느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계신다면, 음악을 핑계로 매일 만나 술잔을 주고받다가 살아서 못다 한 이야기를 노래로 쓰지 않을까. 그래서 신곡을 발표한다면 살아서  꼼지락거리는 인생들에게 바치는 노래일 거라며 한 마디 덧붙인다.


노랫말을 요약하면 이 말이었어.
차가운 시간을 맞는 그날까지
뜨거운 시간을 누릴 것.
제목은, 그대.-p.48


많은 책과 글이 현재에 살라는 메시지로 수렴하지만 '죽은 이들은 같은 말을 한다' 이 글은 내게 평생 남을 것 같다. 누군가 <동사책>의 추천여부를 묻는다면 이 글 한 편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할 거고.


정철의 글을 폄하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나 역시 공감하는 바가 아주 없진 않지만 마음에 울림을 느낀 적이 ~~ 사람으로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들려주고 싶다.


>>> 책사가 한 말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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