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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19. 2021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3개의 가설이 있다

<오징어 게임>이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더불어 한류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느낌도 받는다. 몇 년 전만 해도 한류는 정점이 아닐까 싶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 콘텐츠는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을까?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몇 개의 가설을 공유해본다.

1. 내수 시장의 높은 경쟁률


한국 시장은 사실상 전세계에서 고립된 섬과 같은 시장이다. 한국어 때문이다. 문화 상품은 텍스트보다 콘텍스트가 중요한 상품이라고 할 때, 한국에서만 쓰는 언어란 매우 큰 핸디캡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글로벌 미디어가 (자동)번역 기능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라는 장벽은 강점이 된다.


한편 같은 이유로 한국 콘텐츠는 매우 작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차별화를 위해 애쓰기도 하고, 잘 팔리는 규칙에 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비용 구조의 효율화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 구조를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매우 빨리 수직계열화되었다고 본다. 그 시점은 2007년, 연예 기획사들이 드라마/영화 제작사와 손을 잡거나 직접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던 때다. 


게다가 2007년은 원더걸스의 "Tell Me"가 UCC 열풍을 만들었던 해이자, 론칭한 지 1년 된 tvN과 함께 음악 전문 방송 엠넷이 엔터테인먼트 방송 시장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다음 해인 2008년 1월에는 유튜브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진출했으니, 2007년 무렵을 한국 콘텐츠 산업의 분기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 기획사, 드라마/영화 제작사,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나아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하는 과정이 저때부터 시작되었다. 작은 시장에서 최대의 효율을 만들기 위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몸집을 불려왔다. 


물론 그만큼 이질적인 산업이 결합되는 과정은 쉽지 않아서 2010년이 되기 전에 연예 기획사들의 연합 구조는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사실상 수직계열화 모델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기에 지금도 엔터테인먼트와 플랫폼,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구조에서 콘텐츠도 치열한 경쟁 체제 아래에서 영향을 받았다.


케이팝의 경우, 2010년대부터 아이돌 연습생 100만 명 시대로 진입했다. 특히 팬덤보다는 대중성에 의존하는 걸그룹의 경우, 매년 30여 팀이 데뷔하지만 그 중 활동을 지속하는 팀은 손에 꼽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생긴 이런 상황에서, 지속성은 커녕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비좁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2007년 이후 아이돌 음악이 특히 복잡해지면서 장르적으로도 고도화된 것은 양질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인디 씬이라고 별다르지 않았다. '홍대앞'은 한국 인디 문화의 상징인 동시에 실제로도 유일한 서브 컬쳐 시장이었다. 한 밴드나 싱어송라이터가 몇 개에 불과한 라이브 클럽 무대에 서고, 몇 개의 인디 레이블 중 하나와 계약한다는 것은 매우 높은 진입장벽을 의미했다. 특히 지역에서 '상경'한 아티스트들은 그 지역에서도 이미 몇 차례의 경쟁을 거치며 홍대에 진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0년대 이후 잠비나이, 10센치, 혁오, 세이수미, 파란노을, 아도이 등의 음악가들이 글로벌 미디어와 해외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성과를 낸 배경에도 이런 작은 시장에서의 밀도 높은 경쟁이란 요소가 작용했다고 본다. 나는 이것을 토너먼트 생태계로 정의한다. 


영화는 어떨까. 한국 영화 시장에는 'B급 무비'라고 불리는 서브 장르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효 소비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B급 시장은 성인물에 치중되고, '비디오용 영화'는 미국, 일본, 일부 아시아 영화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국의 메이저 영화나 드라마가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면서도 장르적 관습과 예술적 감수성을 동시에 욕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종종 사회비판적 태도까지 반영되면서 한국 콘텐츠의 메인스트림은 다소 기이한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게 바로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라고 본다. 작은 시장에서 너무 빡세게 경쟁한 결과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소비자들이다.


2. 깐깐한 소비자

3. 글로벌 가성비

4. 이런 경쟁력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계속 읽기: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0fd4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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