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에 숨어 암약하는 외계인들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They Live)은 외계인들이 지구에 침투하여 지구인들을 가장하고 살아가면서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가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육체 노동자가 이들 외계인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198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1980년대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과 함께, 특권계급의 사람들이 미디어를 악용하여 사람들을 세뇌하여 전제적 지배를 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감상을 하면서 별로 그런 느낌을 갖지 못하였다.
세상은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실업자가 증가일로에 있다. 떠돌이 나다는 어느 도시로 흘러 들어왔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알게 된 프랭크의 권유로 도심의 공터에 있는 노숙자들의 캠프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곳 사람들에게는 TV 한 대가 유일한 낙이었다. 그런데 그 TV는 가끔 전파 방해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화면에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들’이 발신하는 신호에 의해 인공적인 최면상태에 빠져있다. 그들은 억압적인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사람들을 물질주의자로 만들어 우리를 욕망에 가득 찬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나다는 우연히 교회에 들어갔다가 벽속에서 골판지 상자를 한 개 발견한다. 교회에서는 몰래 예배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는 예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다는 괜히 쓸데없는 일에 말려들기 싫어 그 자리를 떠난다. 어느 날 저녁 교회는 많은 경찰들의 습격을 받는다. 목사가 체포되고, 교회가 장소를 빌려주어 조성되었던 노숙자 캠프도 들이닥친 중장비에 파괴된다. 경찰들은 캠프에 살고 있는 노숙자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하는데, 나다는 경찰들을 피해 겨우 도망친다.
다음날 아침 나다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교회를 찾아가서, 이전에 보았던 골판지 상자를 꺼내 열어본다. 그 안에는 많은 선글라스가 들어있었다. 나다는 별생각 없이 그중 한 개를 꺼내 쓰고 시내로 나갔다. 그런데 그의 눈에 보이는 광고판, 잡지 표지, 신문기사, TV은 한결같이 “복종하라”, “생각하지 말라”, “잠을 자라“, ”소비하라“, ”결혼하여 재생산하라“ 등과 같은 문자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많은 사람이 마치 해골처럼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다가 깜짝 놀라 안경을 벗으니, 거리는 그가 늘 보는 상태 그대로였다.
선글라스를 통해 해골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인간으로 가장한 외계인들이었다. 선글라스는 외계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비밀리에 개발한 투시장치로서, 이것을 통해 외계인들이 인간을 세뇌하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와 외계인의 본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TV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해골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다는 그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린다.
나다는 슈퍼마켓에서 무심코 외계인 중년 여성에게 끔찍하게 생겼다는 말을 해버린다. 그러자 그 여자 외계인은 경찰을 부른다. 경찰들도 모두 외계인이다. 나다는 경찰에게 체포될 뻔하지만 그들의 총을 도로 빼앗아, 거리에서 보이는 외계인들을 향해 마구 총을 쏜다. 경찰에 쫓기던 나다는 지나가던 여성 홀리를 위협하여 그녀의 집으로 간다. 홀리는 진짜 인간이었다. 홀리의 집에서 나다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홀리가 나다를 창문에서 밀어 떨어트린다. 곧 경찰들의 달려오자 나다는 다시 도망간다.
나다는 다시 선글라스를 가져와 프랭크에게 준다. 프랭크도 처음에는 나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자신이 직접 선글라스를 껴보고는 나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길버트와도 다시 만난다. 길버트는 외계인에 대항하여 싸우는 반군의 리더로서, 전파방해와 선글라스 제조도 그의 동지들이 한 것이었다.
반군의 비밀집회에 참석한 나다와 프랭크는 신병기로서 콘택트렌즈 형의 투시장치와 외계인으로부터 노획한 통신기능과 워프 기능을 갖춘 손목시계를 건네받는다. 반군은 “케이블 54”를 세뇌신호의 발신원으로 보고 있지만, 홀리가 나타나서 송신소는 그것과 아무 관계도 없다고 말한다. 홀리는 케이블 54의 앵커였다. 홀리는 그곳에 나다가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다. 아지트의 존재를 알아챈 경찰들이 난입하여 길버트를 비롯한 반군은 거의가 사살된다. 나다와 프랭크는 손목시계의 워프기능을 이용하여 그곳을 빠져나온다.
워프홀 저쪽에는 외계인들이 지하에 건설한 비밀도시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다와 프랭크는 이전에 노숙자 캠프에서 함께 지냈던 남자와 다시 만난다. 그 남자는 외계인에게 협력하고 그 대가로 출세가도를 걸어 지금은 아주 잘 차려입은 신사가 되어있었다. 나다와 프랭크는 그 남자에게 자신들도 외계인의 협력자라고 하면서 그에게 지하도시를 안내해 달라고 한다. 지하도시에는 외계인들이 오고 가는 출입장소 역할을 하는 워프 필드와 “케이블 54”의 TV 스튜디오 입구가 있었다. 나다와 프랭크는 경비원을 죽이고 건물에 난입하여 신호의 발신지를 찾는다.
건물 안에서 나다는 홀리와 다시 만난다. 방송국 사정에 정통한 홀리는 송신 안테나가 건물 옥상에 있다고 가르쳐 준다. 나다가 먼저 옥상에 도착한 후, 홀리가 뒤늦게 그곳으로 온다. 사실 그녀 역시 외계인 협력자였다. 프랭크는 이미 그녀에게 살해당하였다. 홀리가 나다에게 총을 겨누고, 경찰도 헬리콥터에서 홀리를 겨냥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나다는 소매 속에 감추고 있던 총으로 홀리를 사살하고, 경찰의 기관총 세례를 받으면서도 안테나를 파괴한다.
신호가 중단되자, 방송 중인 뉴스캐스터, 평론가, TV배우,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 등 사회에 숨어있던 에어리언들의 정체가 차례대로 드러난다. 세계는 대 패닉에 빠졌다.
외계인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구에 내려와서 사람으로 변장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영화 <맨 인 블랙>과 유사한 것 같다. 이 영화는 제작비를 거의 들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다. 한번 감상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 두기 어려운 묘한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