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미국에서 돌아온 젊은 여성 킬러
영화 <흑의 천사 1>(黒の天使 vol.1)는 부모의 원수를 갚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서 1997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제목을 “검은 천사”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구태여 듣기 어색한 “흑의 천사”로 번역한 이유를 모르겠다.
잇코(一光)는 6살 때 눈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잇코의 아버지는 폭력단의 두목으로서, 조직 내에서 누군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들은 잇코 마저 죽이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부하인 야스다(安田)와 “검은 천사”라는 이름의 여자 살인청부업자 마요(魔世)에게 구출되어 미국으로 건너간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났다.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잇코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구해준 마요를 좋아하는 잇코는 스스로를 “검은 천사”라 자칭하며 복수를 위한 행동에 나선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아버지의 부하였던 노기(野木)였다. 노기는 잇코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직의 보스가 되었으며, 지금은 암흑가를 자신의 뜻대로 주무르는 거물이 되었다.
마요는 먼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찾는다. 그러나 배다른 언니인 치아키(千明)가 노기의 애인이 되었으며,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이상의 여성이었던 마요가 마약에 중독된 끝에 노기의 정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잇코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잇코는 실망 속에서도 노기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마요는 노기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잇코의 모습을 보고는 잇코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녀는 마약을 끊고 노기와의 관계도 끊는다. 마요에게 있어 잇코를 돕는 것만이 과거의 자신을 되찾는 일이었다.
이미 암흑가의 거물이 된 노기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잇코는 야스다와 싸우면서 자신과 함께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도 잃는다. 그렇지만 결국은 잇코는 치아키와 마요의 도움을 받아 노기를 쓰러뜨린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여자 살인청부업자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살인기술을 가지고 있다. 총이나 칼 등 무기를 사용하는 싸움은 물론 맨손 격투에서도 남자 몇 명쯤은 가볍게 처치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잇코나 살인청부업자 마요는 종래의 그런 영화 속의 여주인공의 모습과는 다르다. 맨손 격투실력이 형편없는 것은 물론 총솜씨도 변변찮다. 그런 점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은 “검은 천사”이지만,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잇코이다. 검은 천사 마요는 악당 야스다에 의해 마약중독이 된 후 그의 정부로 전락한다. 나중에 자신이 구해준 주인공 잇코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를 도와주지만, 영화에서 존재감은 아주 약하다. 그리고 “검은 천사”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과는 달리 여전사로서의 그녀의 모습은 그다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