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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박꾼, 총장도박(博奕打ち 総長賭博)

야쿠자 조직내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

by 이재형

■ 개요


영화 <도박꾼, 총장도박>(博奕打ち 総長賭博)은 임협영화(任俠映畫), 즉 야쿠자 영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작품으로서, 1968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1970년 할복자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이 영화를 극찬한 바 있다.


일본의 톱영화사인 도에이사(東映社)는 1963년의 <인생극장 히샤가쿠>(人生劇場 飛車角)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야쿠자 영화를 제작하였다. 소위 “임협영화”라는 것이었다. 이 전략는 맞아 떨어져, 나오는 작품들마다 흥행에 성공을 거두어 도에이사를 돈방석에 올려놓았다. 그러던 중 1967년부터 도박꾼(博奕打ち)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리즈는 모두 1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오늘 소개하는 <도박꾼, 총장도박>(博奕打ち 総長賭博)은 네 번째 작품인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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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꾼”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1. <도박꾼>(博奕打ち) 1967년

2. <도박꾼, 한 마리의 용>(博奕打ち 一匹竜) 1967년

3. <도박꾼, 불사신의 승부>(博奕打ち 不死身の勝負) 1967년

4. <도박꾼, 총장도박>(博奕打ち 総長賭博) 1968년

5. <도박꾼, 난입>(博奕打ち 殴り込み) 1968년

6. <사기도박>(いかさま博奕) 1968년

7. <필살도박>(必殺博奕打ち) 1969년

8. <필살도박, 방랑자>(博奕打ち 流れ者) 1970년

9. <도박꾼, 생명의 패>(博奕打ち いのち札) 1971년

10. <도박꾼 외전>(博奕打ち外伝) 1972년


■ 줄거리


때는 1934년, 일본의 대륙침략이 본격화되었다. 일본 정계의 한 실력자가 유력 야쿠자 두목들을 초청하여 정부를 도와 일본의 대륙침략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거대 야쿠자 조직인 텐류(天竜) 일가의 총장 아라카와(荒川)만이 그 부탁을 완곡히 거절하는데, 그는 자리를 나오다가 뇌일혈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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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고에 텐류 일가 내에서는 후계자 문제가 대두하였다. 조직의 대부분의 원로들은 조직내에서 신망이 높은 나카이 신지로(中井信次郎)에게 후계자의 자리에 오르라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인 나카이는 자신은 간사이(関西) 지방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라고 하면서 사양하고, 대신 절친인 마츠다 데츠오(松田鉄男)가 적합하다고 추천한다.


마츠다는 라이벌인 사쿠라회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갇혀있다. 마츠다는 나카이의 여동생 히로에(弘江)와 결혼한 사이므로, 나카이에게는 매제가 된다. 아라카와의 동생뻘인 센바 타사부로(仙波多三郎)는 마츠다는 지금 감옥에 있으므로 곤란하다고 하면서, 아라카와의 사위인 이시도 코헤이(石戸幸平)를 추천한다. 센바는 좌중의 원로들을 협박과 회유하여 이시도를 후계자로 확정짓는데 성공한다.


센바는 이시도가 천룡회의 두목의 자리에 오르는 공식행사인 습명회(襲名會)의 날짜를 정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하나카이(花会)를 개최하기로 한다. “하나카이”란 도박 모임으로서, 이를 주최하는 조직은 도박의 고리를 뜯어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하나카이에 참석하는 야쿠자 조직들은 새로운 두목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기꺼이 도박에 참여하여 주최 조직에게 축하금을 건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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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이의 장소는 슈젠지(修善寺)로 결정되었고, 나카이가 그 총 책임을 맡게 되었다. 마츠다는 가석방으로 예상보다 빨리 감옥에서 출소하였다. 그는 아내인 히로에와 아들 미노루, 나카이 부부 등과 반가운 재회를 한다. 이 자리에서 마츠다는 이시도가 후계자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격분한다. 마츠다는 자신보다 조직에서의 서열이 낮고 별다른 활약도 없는 이시도를 도저히 후계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나 나카이 둘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나카이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하면서 조직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며 설득한다. 그러나 다음날 천룡회의 간부회의에 참석한 마츠다는 나카이, 센바 등 실력자들 앞에서 이시도를 조직의 후계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다.


마츠다의 집에 마츠다를 암살하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졸개들이 습격해왔다. 나카이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 중에 한 명을 잡아서 이시도에게 끌고갔다. 나카이는 이시도가 이들을 보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시도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츠다는 이시도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한편 나카이는 하나카이 준비를 위해 바쁘다. 각지에 있는 야쿠자 두목들을 방문하여 이번 이시도의 습명회와 하나카이에 참석해 달라고 정중히 초대한다. 다시 도쿄로 돌아온 나카이는 그동안 있었던 마츠다와 이시도 사이의 불화를 알고 이시도를 찾아가 마츠다를 대신하여 사과를 한다. 그리고는 마츠다를 설득할테니 관용을 배풀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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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는 이시도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였다. 이를 위해 아내 히로에와 이혼을 선언한다. 이 싸움 과정에서 히로에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카이는 마츠다를 찾아와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렇지만 마츠다는 그 말을 듣지 않는다. 나카이는 만약 계속 마츠다가 이시도와 맞서 싸우겠다면 자신은 마츠다와 맞설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마츠다와 형제의 의를 맺었을 때 사용한 술잔을 꺼내, 마츠다가 계속 이시도와 싸우겠다면 자신은 이 술잔을 깰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자 마츠다도 어쩔 수 없는지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마츠다의 심복인 오토요시가 독단으로 이시도를 습격했다. 마츠다는 오토요시의 칼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다. 이시도는 마츠다가 오토요시를 보내 이시도를 죽이려 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오토요시는 모든 것이 자신의 독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면서 스스로를 마츠다의 칼에 찔려 죽는다. 나카이의 아내 츠야코는 히로에를 생각해서라도 마츠다를 죽이면 안된다고 하면서 스스로 자결한다.


츠야코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는 묘지에 마츠다가 나타났다. 나카이는 마츠다에게 그가 조직으로부터 파문당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마츠다는 이시도의 모든 것을 파멸시키겠다는 분노의 마음을 표시한다. 그런 마츠다를 보고 나카이는 우리 사이는 이제 끝이다라고 하면서 주머니에 든 잔을 꺼내 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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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텐류카이(天龍會)의 습명식의 날이 왔다. 전국에서 몰린 수많은 축하객들 앞에 텐류카이의 새로운 회장이 된 이시도가 나타나야 하지만, 그는 며칠전에 칼에 찔린 탓에 병상에 누워있다. 그렇지만 그는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에 대한 예의라고 하면서 끝까지 고집을 부려 옷을 차려입고 습명식장에 나타났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되는 의식을 끝까지 지킨다.


이 자리에서 센바가 나서서 이시도에게 중국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낭인 가와시마를 소개하고는 그와 함께 정치단체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단체의 회장 자리에는 자신이 오른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텐류 일가는 간판만 남기고 사라지며, 이시도는 센바가 회장이 된 새로운 조직에서 여러 임원 중의 한 명에 불과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센바는 조직의 간부와 원로들을 뇌물로 회유하여 이시도를 후계자로 민 것이었다. 그렇지만 센바의 의도와는 달리 이시도는 이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저녁이 되자 하나카이가 화려하게 개최되었다. 습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이 도박에 참가하였다. 이시도는 홀로 병상에 누워있는데, 암살자가 몰래 숨어들어 이시도의 배를 찌르고, 이시도는 즉사하고 만다. 나카이는 이것이 마츠다의 짓이라 생각하고 마츠가가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찾아간다. 그는 그곳에서 마츠다를 죽인다. 이때 여관에 도착한 히로에는 남편의 시신을 보면서 오빠 나카이에게 “살인자”라며 중얼거린다. 나카이는 아무 말도 않고 겉옷을 벗어 마츠다의 시신에 덮어준다.


나카이는 이 모든 것이 센바의 음모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센바를 찾아가 그를 칼로 찔러 죽인다. 나카이는 마츠다, 센바, 오토요시, 요츠 등 4명을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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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감상


야쿠자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소위 “임협영화”(任俠映畫)는 야쿠자인 주인공을 “협객”이라며 영웅시하고, 마치 정의를 위해 활약하고 의리와 인정을 소중히 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 영화는 야쿠자 조직내의 살벌한 권력투쟁과 그로 인한 등장인물들의 파멸을 그리고 있다. 야쿠자는 일본의 조폭이다. 이 세상에 “의리와 인정”을 소중히 여기고 정의를 위해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조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지어낸 가공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는 모든 등장인물이 죽거나 살인을 저질러 감옥으로 가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는 “의리와 인정”을 중히 여기는 전통적인 야쿠자 영화의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1970년 할복자살한 유명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이 영화를 보고 극찬하였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극찬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전형적인 군국주의적 정신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비극으로 끝난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보고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극중에서 주인공인 나카이와 마츠이의 우정, 떠밀려 천룡회의 새 회장으로 추대된 이시도의 조직에 대한 의무감, 그리고 야쿠자 조직의 두목으로서의 자부심 등 그런 것들을 보고 감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군국주의와 야쿠자라는 폭력조직은 그 기본적인 속성에 있어서는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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