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by 너울

요즘 A양의 날들은 그리 순탄치 않다. 나름 공을 들인 공모전의 결과지에선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고, 시험도 망쳤으며, 과제 또한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 하나로 큰 감점을 면치 못했다.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고, 속 시원하게 욕이나 할까 하면 대상이 결국 나인지라 꾹꾹 입술만 말았다.

'담배를 피워볼까...' 태어나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의 유혹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에겐 꼭 체한 듯이 답답한 제 속을 한 번에 날려줄 홈런 같은 쾌락이 필요했다. 잠옷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대충 손에 집히는 외투를 입은 채 그녀는 집을 나섰다.

쿵, 쿵, 쿵. 심장이 울렸다. '이렇게 해도 되나? 어른인데 해볼 만하지 않나? 그래도 중독되면 어쩌지?' 수많은 생각의 문장들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솟아올랐다. A양은 야심한 새벽, 잠든 부모 몰래 냉장고에서 야식을 훔치던 그 스릴감을 다시 느끼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층수는 빠르게 내려갔다. 5층, 4층, 3층... 층수가 하나 내려갈 때마다 그녀의 생각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그냥 다시 올라갈까... 에이 한 번인데 뭐 어때' 마침내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 단단한 발걸음으로 편의점에 향했다.

'건물 뒤편에서 피워야겠다. 거기서 다들 피우던데, 흡연구역인가? 라이터도 사야겠지? 불 붙이고 그냥 들이마시면 되는 건가? 유튜브에 치면 나올까? ' 딸랑이는 종소리, 카운터에 서있는 편의점 알바생. 괜스레 초짜로 보이기 싫어서 A양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담배 하나 주세요!"

"어떤 걸로 드려요?" 얼굴에 피곤이 그득한 알바생이 물었다. 아뿔싸. 예상치 못한 실수. 단 한 번도 담배를 사본적이 없는 A양은 당연히 담배 종류도 몰랐다. 얼굴이 빨개져 화끈거리는데, 알바생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다다음에 다시 올게요!!!" A양은 그렇게 외치고, 신데렐라 마냥 편의점을 뛰쳐나갔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며 그녀는 조금 울고 싶었다. 왜 나는 이렇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 고작 담배도 못 사는데. 어이가 없었다. A양은 그런 제가 조금 못나보였고, 조금 안쓰러웠다. 어른이 되면, 제가 봐온 그런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A양은 여전히 모지리였다.

담배는 없지만 건물 뒤편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쪼그려 앉아 텅 빈 도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토록 처량한 내 신세라니, 툴툴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부스럭거리며 무언가 만져졌다. 쓰레기인가 싶어서 꺼내더니 다 먹고 남은 호올스 하나. 포장지를 벗겨내 입 안에 넣으니 눅눅하면서 상쾌한 맛. 달그락 거리며 혀로 굴려대다가 A양은 문득 미처 끝내지 못한 또 다른 과제를 기억해 낸다. '에라이, 진짜 뭐 되는 일 하나 없네' 구긴 포장지를 주머니에 넣고서, 때 묻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종종걸음으로 돌아가는 오늘. 그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