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지만, 가끔은 당신이 일본인이라는 게 너무 싫어.
10년 차 주부입니다.
일본인 남편과 초등학생 딸아이와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착한 딸, 착한 언니 착한 동생.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고 베푸는 둘째 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에게만큼은 베풀고 싶지가 않습니다.
자꾸만 남편을 만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족이 모여 게임을 하더라도 남편에게만큼은 지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저녁.
일본이 탁구 부분 금메달을 땄습니다.
신이 난 남편이 무척이나 얄밉습니다.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웃음이 절로 나는데,
신이 난 남편 얼굴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 이렇게 남편에게만 까칠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시부모에게 무시당했던 기억과...
마음의 상처가 가슴속 어딘가에 파묻혀 화병이 되었고,
그 화가 남편만 보면 올라오는 거 일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제가 남편에게만 까칠합니다.
작은 거 하나도 양보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창피하고,
남편에게도 미안합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글로 써가며 반성하면서도,
올림픽 한일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꼭 압도적으로 승리하길 바라며...
미안해! 남편.
올림픽 끝나면 마음을 다스려볼게.
지금은 그냥 당신을 미워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