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고 이 똥개야~

「희극의 파편」44. 한국 민담 - 똥강아지들 中

by 재준

옛날 시골 어느 한 사람이 귀한 꿀을 얻어왔다. 가족들과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는데 강아지 누렁이가 와서는 갑자기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귀한 건 알아가지고 꿀을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는 줄 생각조차 없었지만 누렁이는 하루종일 앉은 자리에서 꿀을 줄 때까지 꿈쩍도 안 하고 누워있었다. 하는 수 없이 몰래 아내가 꿀 한 방울을 손가락에 찍어 누렁이에게 주었다.


다음날 아침, 부부는 깜짝 놀랐다. 싸놓은 똥이라고 봤는데 그것이 꿀이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어 맛을 보았는데 정말 꿀과 다를 게 없었다.



며칠 뒤, 서울에서 허풍쟁이 친구가 그들 집으로 놀러 왔다.

'살림살이가 여전하구나, 너는.' 집안을 둘러보면서 혀를 차는 친구에게 부부는 복수하기로 했다.



똥 대신 꿀을 싸는 강아지라고 아니?



부부는 친구 앞에서 누렁이가 꿀을 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광경에 깜짝 놀란 친구는 비싼 값을 주고 그 강아지를 사 갔다.



얼마 후,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 마을 대잔치를 열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 앞에서 꿀강아지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자, 여러분. 이 진기명기한 요물을 좀 보십시오.


커다란 백설기 앞에서 그는 강아지를 들어 올려 배를 탈탈 털었다. 우리 꿀강아지 누렁이는 낯선 사람의 손길이 부담스러워 낑낑거리더니 푸짐한 갈색 똥을 싸고야 만다.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사유해보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극의 파편」 마흔네 번째 작품은 한국 민담의 '똥강아지들'입니다.

(출처 : 한국민족대백과사전)


세 가지 똥강아지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ㅎㅎ

첫 번째는 꿀강아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호랑이를 이긴 강아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부담없이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가세요^^


옛날 강아지를 사랑하는 어느 게으름뱅이 아들 하나가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나무랐다.


그렇게 하루종일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강아지 산책이나 하고 와라.


지금은 날씨가 너무 건조한데.. 강아지 피부에 안 좋아요. 그리고 요즘 기생충이 너무 많아서 산책하기도 힘들어요.


괜찮으니까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갔다 와.



아들은 하나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집에 남은 참기름을 강아지 피부에 정성스럽게 바르기 시작했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점성이 진드기나 벼룩 같은 기생충을 물리칠 수 있고, 건조한 날씨에 대비해서 보습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아들은 강아지를 칡넝쿨로 묶은 채 어느새 깊은 산속까지 들어섰다. 그런데 고소한 냄새를 맡은 호랑이가 그들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는 단번에 강아지를 삼켰다. 아들은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다. 그리고 절규했다.


개똥아!!


그는 땅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 '그럴 거면 나도 잡아먹어라, 이 우둔한 짐승아!'

호랑이의 숨결이 어느새 그의 얼굴에 스칠 만큼 가까이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고소한 냄새가 다시 풍겨오더니 호랑이 똥구멍으로 미끄러지듯 개똥이가 나오는 것이다.

'응?'


호랑이는 당황해 다시 삼켰는데 미끈거리는 개똥이는 다시 쏙 빠져나왔다.

이내 다른 호랑이들도 냄새를 맡고 다가와 개똥이를 삼켰지만 똥구멍으로 빠져버리기 일쑤였다.


끝.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느낀 산속 호랑이가 민가로 내려왔다. 먹이를 찾아 집들을 기웃거리다가 눈에 거슬리게 움직이는 작은 강아지 하나를 발견했다.


일단 저놈부터 해치워야지, 하는 순간 강아지는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일단 개구멍으로 가보니, 저기 반대편 개구멍으로 나와서 짖는 것이 아닌가?


요놈 봐라.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


호랑이는 다시 반대편 개구멍으로 가보았다. 그러더니 요 강아지가 다시 처음 개구멍으로 나와 짖었다.

두 번은 안 속는 호랑이는 다시 그곳으로 가는 척하면서 대기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강아지는 호랑이가 바로 앞에 있는지도 모른 채 구멍에서 뛰어나왔다.



호랑이는 떡하니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그대로 강아지는 호랑이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강아지는 호랑이 뱃속으로 들어간 줄도 모르고 마냥 달리다가 똥구멍으로 다시 나왔다. 장이 꼬인 호랑이는 죽고 만다.



끝.



어떤가요?

ㅋㅋ 허무해서 웃긴 이야기네요.



「희극의 파편」은 독자가 가볍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저 장면을 꺼내어 놓기만 합니다.


적용 질문입니다.



1. 약자의 승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2. 이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3. 스포츠 경기처럼 룰이 있어야 승리가 정해져 있는 건가요?


4. 장점을 살리려고 사나요, 단점을 보완하려고 사나요?


「희극의 파편」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골라내고, 붙잡고, 말로 돌려줍니다.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샤프 (노래 '연극이 끝난 후' 中)



오늘의 작품입니다.


<까치와 호랑이 虎鵲圖>, 조선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날아서 가는 까치를 잡진 못하잖아




약자이든 강자이든, 이겨도,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는 무기력함이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