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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니야

by 재준

조용필 - 난 아니야


여름 한낮에 꼬마아가씨

꽃그늘에 숨어서 울고 있을때

노란 나비 하나가 맴돌아 날며

댕기 끝에 자꾸만 앉으려하네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해 저물면 찬 바람에 시들어 내리는

그런 꽃은 싫어 난 아니야

울지 않을래 울지 않을래 나비처럼 날아가려네


1. 소녀가 있습니다. 똑똑하진 못하지만 돈이 많은 집안이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손끝이 야무집니다. 올바른 자세로 쭈그려 앉기를 잘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자세의 기준은 잘 모릅니다. 눈이 큽니다. 가장 맏이입니다. 그러나 미인입니다. 살면서 큰일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잘 배우지 못했습니다. 큰일의 기준은 잘 모릅니다. 나름 촌스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감각적입니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초록색을 좋아합니다. 웃긴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온통 새파랗게 슬픕니다. 꽃그늘에 숨었습니다. 집에 가선 바로 샤워를 해야겠습니다. 땀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그러나 나비가 앉습니다. 그러나 '저리 가란 말이야.'라고 말합니다. 나비를 위로해주고 싶지만 소녀는 꽃이 아닙니다.


2. 소년이 있습니다. 멀리서 그녀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꾸밉니다. 그러나 친구가 없습니다. 돈이 많은 집안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똑똑한 것 같습니다. 내 동생이었으면 문득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맏이입니다. 이마를 톡 건드리면 뒤로 쓰러질 듯합니다. 그러나 미인입니다. 흐리멍덩한 눈입니다. 그러나 살아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계가 없어 보입니다. 소년은 멀리서 지켜볼 뿐입니다. 그러나 위로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꽃이라면 그녀 옆에 멀뚱히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소년은 꽃이 아닙니다.



하얀 손마디 꽃물 들어서

눈물 자욱 아직도 지우지 못해

고개 숙여 자꾸만 얼굴 감추고

작은 어깨 흔들며 울고 있더니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해 저물면 찬 바람에 시들어 내리는

그런 꽃은 싫어 난 아니야

울지 않을래 울지 않을래 나비처럼 날아가려네


소녀와 소년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난 아니야 난 아니야. 서로 '넌 맞는데 나는 아니야, 아니야.' 너는 맞아. 나는 아니야. 아니야.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누구누구야. 아니, 야. 아니아니 야. aniya. aniya. 먼 나라 언어(타갈로그어)로 '그(녀)가 말했다.'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인들입니다. 한 끼를 먹고 나면 고춧가루가 이빨에 껴있습니다. 최대로 말해보았자 한국말을 넘진 못합니다. 그(녀)는 너무 건강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문득 슬퍼집니다. 무너진 리듬을 다시 찾고 싶어 합니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무언가를 풍자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마음 편하게 웃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합니다. 아닙니다. 아니야, 아니야. 꽃이 아니야. 해 저물면 찬 바람에 시들어 내리는 그런 꽃이 맞습니다, 사실. 동요 같은 이 우리 노래가 너무나 좋습니다.


2024. 09 상위 리스너 선정ㅎㅎ

안녕하세요!

영화 '어쩔수가없다' 를 보고 난 뒤에 문득 노래가 생각나서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얼핏만 알고 있어서 '나는 아니야. 꽃이 아니야.'가 무슨 말인지 사실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니까 모든 가사가 해석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설명해준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따뜻한 뭔가 뭔가이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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